원·달러 환율이 12일 장중 1316.4원을 찍으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3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연일 떨어지면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물가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고물가 압박 탓에 한국은행의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 단행 가능성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4월과 5월에 이어 13일에 인상이 이뤄지면 한은은 사상 처음으로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기록을 쓰게 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2원 오른 달러당 131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316.4원으로 치솟은 환율은 장중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30일(1325.0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상승 압박이 커진 물가를 잡기 위해선 기준금리의 큰 폭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은의 빅스텝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환율 상승은 원자재나 부품 등의 수입 원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에 국내 물가 상승 폭을 더 키울 수 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0% 급등한 상태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의 6.8% 상승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현재 물가를 잡기 위한 카드는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뿐이다. 한은은 앞서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잡는 통화정책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6월 기대인플레이션은 2012년 4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은 상태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도 한은의 빅스텝을 재촉하는 상황이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차는 0∼0.25% 포인트인데, 한은이 13일 0.25% 포인트 인상에 그칠 경우 미국의 0.5% 포인트 인상 한번에 금리 역전이 이뤄질 수 있다.
문제는 한은이 빅스텝을 밟는다고 강달러 현상이 당장 수그러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외환시장에선 올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350원 이상을 찍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6월 CPI가 13일(현지시간) 발표된 이후 강달러 현상이 한층 강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한번에 0.75% 포인트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