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최고위원 출마 러시… 친명계 “李 견제 포석” 우려

입력 2022-07-13 00:02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의 당대표 선거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로 흐르면서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의 전선이 최고위원 선거로 이동하고 있다.

비명계 의원들이 속속 최고위원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는 중이다.

친명계와 비명계 모두 선출직 최고위원 다섯 자리 중 최소 두 자리 확보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치열한 수싸움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자리 확보 시 친명계는 당대표의 최고위 의결권을, 비명계는 당대표 견제에 나설 만한 최소한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최고위원 세 자리를 차지하는 진영이 이번 선거에서 판정승을 거두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친문(친문재인)계 고민정 윤영찬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연이어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 의원은 “민주당은 나만이 고칠 수 있다는 독선적 사고로는 서로에 대한 상처만 깊어질 뿐”이라며 이재명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 의원도 이 의원을 겨냥해 “대선 과정에서 후보를 둘러싼 도덕적 문제가 제기됐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런 문제들이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문계 고영인 의원과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이자 호남 주자인 송갑석 의원도 13일 출마 선언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친명계는 비명계의 잇단 출마를 두고 “2명 이상을 최고위에 밀어 넣기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이라며 견제하는 분위기다. 특히 비명계가 최고위원 세 자리를 확보해 ‘이재명 저지팀’을 꾸릴 경우 이 의원 주도의 당 혁신 작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는 당대표 1명, 원내대표 1명,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지명직 최고위원 2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당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지명할 수 있으므로 선출직 최고위원 2명만 추가 확보하면 최고위 의결을 위한 과반 의석(5명) 보유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비명계 3명이 나머지 선출직 몫을 차지해 당대표에게 작심하고 반기를 들면 최고위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친명계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는 당대표 선거와 달리 1인 2표제로 치러지기 때문에 2표 중 1표는 인지도 높은 사람에게 주는 ‘인기투표’ 성격이 강하다”며 “여기에 비명계 조직표까지 가동되면 ‘이재명의 러닝메이트’라도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명계 한 명이 최고위에서 홀로 강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지만 두 명, 세 명으로 늘면 반발력이 배가 된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예비경선(컷오프)에서 중앙위원회 선거를 통해 최고위원 본경선 후보 8명을 추릴 예정이다.

오주환 김승연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