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만 낮추는 은행권… 집 못 산 MZ세대 소외

입력 2022-07-13 04:06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상품 연 금리는 낮추고, 예적금 금리는 높이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지점에 정기 예탁금 금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과 빚을 내 투자를 한 사람들 간에 이자 부담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은행권이 최근 단행한 금리 인하 대상이 주택담보대출에 국한돼 ‘빚투’ 집단은 혜택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 들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모두 17차례 인하했다. 반면 신용대출 금리 인하 횟수는 저소득 취약 차주 대상 새희망홀씨대출 등을 포함해도 3차례에 불과하다. 대출 한도 이내에서 수시로 입출금을 할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오히려 금리가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으로 투자금을 마련해 주식과 암호화폐에 투자했던 MZ세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지난해 6월 3000만원가량의 신용대출을 받아 투자했던 주식·암호화폐 수익률이 올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최씨는 1년이 지난 지난달에 대출 갱신 때 연 금리가 큰 폭으로 뛰어 부담이 커졌다. 그는 “최근 시중은행이 대출 금리를 잇달아 내린다는 보도를 보고 은행에 문의했는데 ‘금리가 인하된 상품은 주택담보대출뿐’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단이 연 7%대를 돌파했던 5대 시중은행 고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5%대까지 하락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은행권 이익 추구가 지나치다”고 말한 뒤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반면 신용대출의 경우 상단이 여전히 연 7%대다. 이날 신한은행 대표 신용대출 상품인 ‘쏠 편한 직장인 대출 S’ 최고 금리는 연 7.34%로 집계됐다. 같은 날 하나은행 ‘프리미엄 직장인 론’ 금리는 연 7.35%(시장 금리 적용·만기 1년 기준)였다.


한국은행이 매월 말 발표하는 금융사 가중 평균 금리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최근 5개월(지난 1~5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대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회의에서 ‘빅스텝(기준 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긴축 고삐를 죄면 신용대출 연 금리 상단이 올해 안에 8%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한은 금통위의 향후 방향성에 따라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연 금리 상단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빚을 내 투자해 손실을 낸 것은 본인이 감내해야 할 몫이지만, 최근 금리 인하 대책에서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차주가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