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사람의 신체를 본떠 만든 성인용품 ‘리얼돌’의 통관을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리얼돌 수입이 가능해진 만큼 세부 통관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중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리얼돌의 국내 허용 기준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은 12일 지난달 말 반신형 등 신체 일부를 묘사한 리얼돌에 대해 원칙적으로 통관을 허용하라는 지침을 일선 세관에 전달했다. 다만 전신형과 미성년 또는 특정 인물을 형상화한 리얼돌은 제외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그동안 리얼돌 수입 통관을 보류해왔다. ‘풍속을 해치는 물품’은 수입할 수 없다는 관세법 제234조항이 근거였다. 하지만 리얼돌 수입 신고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다, 대법원이 2019년부터 잇달아 수입통관보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는 점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7년 13건에 불과하던 리얼돌 통관 보류 건수는 지난해 428건으로 4년 만에 약 33배 증가했다. 관세청 통관 보류 처분 불복 소송도 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5월까지 제기된 44건 소송 중 16건에서 패소했다. 2019년 대법원 패소와 2021년 소 취하 건으로 각각 1023만원과 461만원을 소송비용으로 지출하기도 했다.
해외 국가들은 리얼돌을 성기구의 일종으로 보고 기본적으로 수입 및 매매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아동의 신체 형태와 크기를 묘사한 리얼돌에 한해서는 수입·유통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영국 검찰청은 2019년 아동 리얼돌을 유통하거나 구매할 시 최대 12개월 징역형을 구형하기로 했고, 호주도 아동 리얼돌을 소지하거나 판매, 서비스하면 구금형에 처하고 있다. 대법원도 지난해 11월 미성년자 신체를 본뜬 형상의 리얼돌에 대해서는 수입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번 통관 일부 허용을 계기로 리얼돌 관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질 전망이다. 쟁점은 전신형 리얼돌 허용 여부다. 정부 관계자는 “미성년자나 특정인을 형상화한 리얼돌이 문제라는 공감대는 분명하다”며 “다만 성인 모양의 전신형 리얼돌 수입·유통을 허가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다음 달 중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리얼돌 관련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라며 “여기서 리얼돌 국내 허용 기준 등 명확한 지침이 정해지면, 집행기관인 관세청은 그에 따르는 통관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