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50% 인하에 횡재세까지… 정부, 우후죽순 발의에 난감

입력 2022-07-13 04:06
지난 5일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ℓ당 2995원에 경유를 ℓ당 3101원에 판매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여야가 유가 급등 대책의 일환으로 ‘유류세 법정 인하 폭 50% 확대’를 담은 개정안을 발의하고 나섰다. 세금을 낮춰 유가를 조금이라도 내려보겠다는 취지지만 정부 반응은 탐탁지 않다. 유류세 추가 인하가 오히려 수요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고, 실제 소비자 가격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22일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에는 유류에 부과되는 탄력세율을 50%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 70%까지 늘리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탄력세율을 30%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유류세는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던 지난해 11월부터 20% 인하하기 시작해 올해 5월에는 인하 폭이 30%로 확대됐다. 지난 1일부터는 법정 최대한도인 37%까지 인하 폭이 늘어났다.

다만 유류세 인하가 실제 기름값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크지 않다. 유류세 인하 전 들여온 물량을 소진할 때까지는 기존 가격을 책정해 판매해야 하고, 이미 국제유가가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라 유류세 인하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폭이 작기 때문이다. 소비자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12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정부가 유류세를 추가로 인하한 이후에도 주유소 99.5%는 국제 유가 상승분보다 판매가를 더 높여 받았다.

유류세 인하 여파로 정부 세수는 소폭 줄었다. 지난 5월 기준 교통·에너지·환경세수는 5조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2조6000억원(34.3%) 감소했다. 정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가 수요를 더 부추기는 측면이 있어 지금보다 더 인하 폭을 늘리는 것에는 회의적”이라며 “결국 차를 몰고 다닐 능력이 되는 중산층 이상,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므로 세제 감면 효과가 특정 계층에 집중된다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횡재세’를 도입하며 정유사들 마진에 제동을 걸었다. 영국 정부는 BP, 셸 등 에너지 회사를 상대로 25%의 횡재세를 걷고 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정유사들의 초과이익 환수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만 국내 정유사는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공급하는 데서 이익을 내는 만큼 원유를 직접 판매하는 해외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미 유류세를 내고 있는데 횡재세까지 도입하면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