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쟁 할 수 있는 나라’ 꾀하는 일본의 우경화 우려한다

입력 2022-07-13 04:03
지난 11일 참의원(상원) 선거 결과 발표 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겸 자민당 총재가 도쿄 자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하며 기시다 정권이 장기 집권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밝힌 개헌과 방위력 강화 방침은 우려스럽다. 일본 군국주의의 실체를 경험했던 우리에겐 민감한 사안이다. 기시다 총리는 11일 “가능한 한 빨리 개헌안을 발의하기 위해 노력해가겠다”고 말했다. 1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을 비롯한 개헌 찬성 정당들은 개헌 발의 요건인 참의원 전체 의석의 3분의 2(166석)를 넘는 177석을 확보했다. 북한의 계속된 핵 위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일본 내 개헌 찬성 여론도 높아졌다고 한다. 미국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 등을 이유로 일본의 개헌과 재무장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개헌론자였던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이라는 돌발 변수까지 생겼다. 국회 의석, 내부 여론, 국제 정세 등 개헌에 필요한 3박자가 갖춰진 셈이다.

1946년 제정된 일본 헌법은 제9조에 ‘전쟁 포기’(1항)와 ‘군대 보유 불가와 교전권 불인정’(2항)을 규정해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일본의 개헌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헌법 9조를 삭제해 자위대를 정식 군대인 국방군으로 개편하는 방안, 헌법 9조를 유지하되 자위대의 존재와 자위권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 등이 논의돼왔다. 2014년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했고, 2010년대 이후 경항모 도입과 상륙전 부대 창설 등 군사력을 대폭 강화해왔다.

일본이 자국민의 결정에 따라 개헌을 추진하는 것에 간섭할 수는 없다. 다만 재무장과 우경화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일본은 패전한 지 7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과거사 반성과 사과 문제로 주변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오히려 극우 세력들이 세력을 확장하며 역사 왜곡과 망언을 반복하고 있다. 일본이 ‘보통 국가’가 되려면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제적인 신뢰를 얻어야 한다. 지금 일본의 모습은 그런 신뢰와는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