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의 마지막 궁중 잔치가 120년 만에 처음으로 공연으로 재현된다. 국립국악원은 1902년 거행된 ‘임인진연’을 다음 달 12∼1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고 12일 밝혔다.
임인진연은 고종 즉위 40주년이던 1902년(임인년) 12월 7일 덕수궁 관명전에서 거행한 진연(進宴·궁중에서 베푸는 잔치)이다. 급변하는 개화기에 국제적으로는 황실의 위엄을 세우고 내부적으로는 군신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드러내는 국가의례를 통해 대한제국의 위엄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의미를 가졌다. 당시 진연은 남성 신하들과 함께 공식 행사를 올린 ‘외진연’과 황태자 황태자비 좌우명부 종친 등이 함께한 일종의 궁중 내부 행사인 ‘내진연’으로 나눠 진행됐다. 이번 공연은 예술적 측면이 강한 내진연을 80분짜리 무대 공연으로 되살린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이날 덕수궁 정관헌에서 제작발표회를 갖고 “올해 임인년을 맞아 궁중 예술의 가치와 의미를 소개하기 위해 이번 공연을 마련했다”면서 “궁중 잔치는 음악·의례·무용 등 그 시대 문화예술 중 가장 세련된 것들이 모이는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국립국악원은 임인진연의 상세한 내용이 기록된 문서인 ‘진연의궤’와 병풍화 ‘임인진연도병’ 등을 바탕으로 이번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연출과 무대미술은 박동우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박 교수는 객석을 황제의 어좌(御座)로 설정해 관객이 황제의 시선에서 진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꾸밀 예정이다. 국립국악원은 8월 공연 이후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협의해 120년 전 임인진연이 실제로 열린 덕수궁에서 다시 재현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