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실패한 원구성 협상, 이럴 거면 세비 반납하는 게 마땅

입력 2022-07-13 04:02
김진표 국회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여야 원내대표가 12일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로 원구성 협상에 다시 나섰지만 고성이 오가는 대립 속에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대신 제헌절 전에 일괄타결하겠다는 공감을 이뤘다. 하지만 국회는 이미 43일째 공전 중이다. 지난 4일 의장단을 여야 합의로 선출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상임위원회 구성을 못해 당장 시급한 법안을 심사하지 못한다. 여야 모두 안에서는 권력투쟁에, 밖에서는 상대를 헐뜯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 그러면서 의원들은 매달 1200만원이 넘는 수당(세비)을 꼬박꼬박 받아간다. 국민들은 분통이 터진다.

협상을 앞두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온 마음과 힘을 쏟았으면 한다”고 했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들의 높아진 정치의식 수준에 맞춰 우리 정치문화도 성숙해야 한다”고 답했다. 말은 그럴 듯하다. 그런데 여야는 스스로 만든 법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국회법은 후반기 원구성을 상반기 의장 임기 만료일 이전에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법 6조에는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심사를 마쳐야 한다’고 쓰여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 4번째 인사다. 법으로 금지된 행동을 했거나 사회규범에 반하는 행위가 아니기에 ‘범법’이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국회가 ‘위법’ 상태인 것은 명백하다.

원구성이 지연될 때마다 세비를 반납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시민단체가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18대 국회 개원이 지연됐을 때는 한나라당 초선의원 33명이 2억3000여만원을, 19대 국회 늑장 개원 때는 여야 의원 147명이 13억6000만원을 모아 기부했다. 20대 국회에서는 국민의당 의원 38명이 2872만원을 국회사무처에 반납했다. ‘무노동 무임금’이라며 법정기한 내 원구성을 못하면 세비에서 제하는 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의원이 법만 만드는 것도 아니고, 세비가 노동의 대가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의원들이 염치가 있다면 세비를 모아 기부를 하든, 국회사무처에 반납을 하든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