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냄새가 나는 곳, 나이 들어 아프면 어쩔 수 없이 가는 곳, 들어가면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곳 등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가운데 인간 존엄성 가치를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요양병원이 관심을 모은다. 의료법인 인덕의료재단(이사장 이윤환)이 운영하는 경북 안동의 복주요양병원과 경도요양병원은 ‘노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내 집과 같은 병원’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인덕의료재단이 추구하는 기본이념은 바로 ‘4무(無)2탈(脫) 존엄케어’다. 이른바 ‘4무 2탈 존엄케어’는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기본 시각에서 출발한다. 4무는 냄새, 낙상, 욕창, 와상이 없고, 2탈은 기저귀, 억제대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다.
처음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및 보호자들은 병원에 냄새가 없는 사실에 놀란다. 병동과 병실 곳곳에 황토를 시공해 냄새와 습도를 잡은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손길을 통해 냄새 유발 요인을 없애기 때문이다. 병원은 손이 많이 가지만 냄새의 원인을 찾아서 해결한다. 두 시간마다 방송에 맞춰 환기시키고 무엇보다 개인 위생관리에 신경을 쓴다. 요실금이 있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환자들은 더 자주 목욕시키고 머리도 자주 감겨 준다.
주목할 만한 것은 치위생사가 환자 구강케어를 담당해 구강 감염으로 인한 구취 및 구강질환을 예방한다는 점이다. 전국의 많은 요양병원 가운데 치위생사가 있는 병원은 드물다.
환자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 의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간병사, 치위생사가 한 팀을 이룬다. 이들은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평가하고 공유해 최적의 치료효과를 만들고 환자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팀별 환자 케어’를 시행한다.
골다공증이 있는 노인들은 가벼운 낙상에도 쉽게 골절상을 입고 활동량이 감소해 삶의 질이 저하되기 때문에 매우 주의깊게 살핀다. 보행을 돕는 보조도구를 이용하거나, 바닥을 미끄럽지 않게 관리하고 붙잡고 걸을 수 있는 안전바 등은 기본시설이다. 야간에 화장실을 가면서 많이 다치기 때문에 잠자기 전 화장실을 다녀오게 하거나 야간 라운딩을 통해 침대 사이드 바 확인, 통행로에 물건 등이 적재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병원은 온돌방과 낙상에도 다치지 않을 30㎝ 높이의 제작된 침대를 사용한다. 낙상 위험이 있는 환자는 전 직원이 공유해 관심을 갖고 케어한다.
욕창은 뼈가 튀어나온 부위의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산소 부족으로 조직이 죽고 썩어서 생기는 질환으로 예방이 최선이다. 고위험 환자는 2시간마다 몸 위치를 바꿔주는 게 중요하다. 그만큼 욕창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자주 챙기고 관찰한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와상 환자와 기저귀를 착용해 대·소변이 피부에 접족하는 환자는 땀과 분비물에 상처가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마다 피부를 관찰하는 모닝케어를 진행한다.
와상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해 침대에 누워 전적으로 도움을 받는 상태를 말한다. 마비나 골절, 관절염 등과 같은 질환으로 인한 와상이 있지만 병원의 간호 인력이나 간병사의 도움을 받지 못해 와상상태로 방치되는 것을 없애는 것이 목표다.
재활이 필요한 사람은 재활치료를 시행하고 재활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은 휴게실 등으로 나오게 해 누워있는 시간을 줄인다. 운동, 요리, 미술, 화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간식 제공으로 편하게 앉는 자세를 자주 만들어 주고 있다.
병실을 온돌로 꾸며 치매환자들이 생활하는 인지병동을 운영한다. 침대 사용이 적었던 어르신들을 한 평도 안 되는 작은 침대 공간에 모셔놓은 것은 가두어 놓은 것과 같다. 비록 걷지는 못하지만 기어서라도 본인의 남은 잔존능력을 사용해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저귀 착용은 환자의 존엄성을 훼손하기 때문에 함부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병원 방침이다. 조금이라도 배뇨감을 느끼는 환자는 배뇨패턴을 파악하고, 간병사나 직원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기저귀로부터의 해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설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골반근육운동이나 케겔 운동을 통해 잔존기능을 유지하거나 자립적인 배설을 할 수 있도록 환자의 배뇨패턴을 파악 후 어느 정도의 도움만 준다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케어한다는 게 원칙이다.
신체 구속은 낙상 등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위해 대형병원에서는 환자 신체에 붙은 생명장치를 유지한다는 명목 아래 무분별하게 사용돼 왔다. 환자 입장에서 의료의 본질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시선을 바꾸고 그에 맞는 방안을 찾아 실천하면 된다는 게 병원 원칙이다.
이 때문에 콧줄을 자꾸 빼는 환자들에게는 인형이나 모빌을 이용해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한다. 환자가 밤에 잠을 자지 않아 같은 병실 환자들과 간병사가 잠을 못잘 정도가 되면 간호사실 앞으로 모셔 야간 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돌봐준다. 생명장치를 떼려고 하는 환자들은 개량된 장갑을 이용해 빼지 못하게 하는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한다.
인덕의료재단은 한 단지 내에 급성기재활병원인 복주회복병원, 노인환자를 케어하는 복주요양병원, 장기요양시설인 복주요양원 등 의료복지복합체를 구성하고 있다. 이윤환 이사장은 “고령화와 간병비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우리 부모 세대가 삶의 마지막까지 존엄한 노후를 보장받고 누구나 평등하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덕의료재단 이윤환 이사장 인터뷰
“저소득층 환자들도 하루빨리 비용 걱정 없이 치료·돌봄 받았으면”
“저소득층 환자들도 하루빨리 비용 걱정 없이 치료·돌봄 받았으면”
“병원의 첫 인상은 냄새에서 결정됩니다.”
인덕의료재단 이윤환 이사장은 병원의 첫 인상은 냄새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환자도 환자지만 직원들도 하루의 1/3을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에 병원은 내 집처럼 항상 쾌적하고 편안해야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이사장이 이른바 ‘4무2탈 존엄케어’를 병원에 도입한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가 일본에서 경험했던 ‘4무2탈 존엄케어’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것은 성장경영을 포기하고 가치경영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환자 서비스 향상을 위해 간병사들을 기존의 요양병원 보다 많이 배치했고 그 결과 간병비 적자만 매달 8000만원이 발생했다. 병원 수익은 30% 감소했지만 환자들에겐 최고의 서비스가 제공됐고 고생하는 직원들에게는 좀 더 나은 복지를 제공할 수 있었다.
‘존엄케어’ 실시 이후 지난 9년간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녀간 요양병원과 종합병원은 전국에서 200군데가 넘는다. 서울아산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등 종합병원 50여곳과 관공서는 물론 대기업의 강연요청도 이어졌다.
그는 존엄케어를 실천하면서 가슴 아팠던 점은 요양병원은 간병보험이 되지 않는 현실이었다. 이 이사장은 “저희 병원 기준으로 5대1(환자 대 간병사)의 존엄케어 서비스를 받으려면 한 달에 최소 60만원의 간병비와 70만원의 치료비 등 총 130만원의 입원료가 발생한다”며 “저소득층은 저희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고 질낮은 저가요양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2020년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간병보험)가 적용되는 복주회복(재활)병원을 개원해 뇌·척수 재활환자들이 월 50만원으로 간병비 치료비 부담 없이 재활치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2021년에는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는 복주요양원을 개원해 월 50만 원 이하로 돌봄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 국내최초로 의료복지복합체를 완성한 것이다. 그는 “이 복합체 완성이 전국으로 확대돼 간병비를 부담할 수 없는 저소득층 환자들도 간병비와 치료비 걱정 없이 재활치료와 존엄케어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