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情談] 의미 있는 삶만이 우리를 행복으로 이끈다

입력 2022-07-13 04:02

사람들 대다수는 하루를 반복해서 살아간다. 어제와 똑같이 오늘을, 오늘과 똑같은 내일을, 내일과 똑같은 모레를…. 그 안에 크고 작은 일이 다채롭게 벌어지지만 큰 차이는 없다. 일어나서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출근해 일터에서 고단한 하루를 보낸 후 퇴근해 잠드는 삶을 매일 되풀이한다.

때때로 여행을 가거나 뜻밖의 사건이 일어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제자리로 돌아와 일하고 먹고 잠드는 삶을 죽는 날까지 이어간다. 누구나 자기 삶에 파격적 로맨스가 있기를 기대하고 눈부신 격변이 도래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 데다 막상 그 순간이 오면 망설임에 흔히 기회를 놓치곤 한다. 이렇듯 아무 일 없이 살아도 꽤 행복하다는 점이 우리를 진정한 행복에 이르지 못하게 만드는 함정이다.

일상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자기 삶이 의미로 충만하기를 모두 열망한다. 살아갈 이유가 있는 사람은 지옥 같은 삶이라도 견딜 수 있으나,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 인간은 단 하루도 참지 못한다. ‘자아 고갈 이론’으로 유명한 로이 바우마이스터 호주 퀸즐랜드대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도록 회로화돼 있기” 때문이다.

삶의 목적과 방향을 상실한 사람은 더 불행하고 더 실패한 인생을 살다가 더 자주 병들고 더 빨리 죽는다. 반면에 의미는 우리 삶을 즐겁고 건강하고 행복한 방향으로 이끈다. 아무 일 없는 일상은 우리에게 안온한 평화를 주지만 한 톨의 의미도 제공하지 않으므로 우리를 결국 권태와 우울에 빠뜨린다.

우리가 흔히 행복하다고 여기는 삶은 불행히도 의미 있는 삶과 동의어가 아니다. 화목한 가정생활, 좋은 건강과 함께 안정된 경제 상황은 주관적 행복도, 즉 삶에 대한 만족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2022년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미국은 가장 행복한 국가가 아니다.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에 못 미치는 16위 수준이다. 경제 규모 12위인 한국은 초라하게도 행복 순위 59위에 불과하다. 일정 수준을 넘으면 돈이나 지위는 행복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게다가 행복한 북유럽 국가는 수상하게도 유난히 자살률이 높은 나라들이기도 하다. 미래의 희망이 아무래도 보이지 않아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절망사 세계 1위인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이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지만, 진짜 행복을 누리는지는 불확실하다. 일상의 평화를 넘어서는 의미로 충만한 삶만이 궁극의 행복을 결정하는 까닭이다.

‘시지프 신화’에서 알베르 카뮈는 말했다. “하루하루 이어지는 광채 없는 삶에서는 시간이 우리를 떠메고 간다. 그러나 언젠가는 우리가 이 시간을 떠메고 가야 할 때가 오게 마련이다.” 광채 있는 삶을 갈망하는 순간이 오면, 사람들은 살아도 죽은 것 같은 좀비화한 삶을 거부하고 삶의 의미를 돌려받기 위해 몸부림친다. 카뮈는 이를 반항이라고 불렀다.

일상에 대한 반항은 삶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 삶의 위대함을 회복시킨다. 삶의 무의미를 이기려는 노력은 우리 가슴에 정열을 일으키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북돋우며, 순간순간에 주의를 기울이게 함으로써 인생을 더 많이 느끼면서 살게 만든다. 의미 있는 삶이란 덧없이 하루를 흘려보내지 않고 인생을 “최대한 많이 사는 일”이다.

‘파우스트’에서 괴테는 말했다.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 순간에서 영원을 발견하면 그 순간은 영원이 된다. 덧없는 삶에서 불후의 삶을 생성하면 인생은 무의미하지 않다. 진정으로 행복한 삶은 이러한 아름다운 순간,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기억을 많이 거느린 삶이다. 불행에 지고 싶지 않다면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자기 삶을 소중하게 만드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