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앞에선 악동도 순한 양이 됐다. 노박 조코비치(세계랭킹 3위 세르비아)가 닉 키리오스(40위 호주)를 꺾고 윔블던 챔피언에 올라 GOAT(역대 최고 선수) 경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조코비치는 10일(현지시간) 2022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키리오스를 3시간 1분 만에 3-1(4-6, 6-3, 6-4, 7-6(7-3))로 제압했다. 라파엘 나달(4위 스페인)이 부상으로 준결승전을 기권한 가운데 부전승으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오른 키리오스는 내친김에 그랜드슬램 우승을 노리고 거세게 도전했다. 1세트 기습적 언더 서브를 구사하는 등 평소처럼 튀는 플레이로 교란을 시도했지만 조코비치의 완숙미 넘치는 경기 운영 앞에 이변은 없었다.
첫 세트는 키리오스가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조코비치를 좌우로 흔들며 주도권을 잡았다. 경기 후 서브 에이스(키리오스 30개, 조코비치 15개) 숫자에서 드러나듯 키리오스는 최고 시속 218km의 파워 서브로 기세를 올렸다. 결국 조코비치의 서비스 게임을 한 차례 브레이크하면서 6-4로 기선을 제압했다.
불안한 시작에도 노련한 조코비치는 흔들림이 없었다. 2세트를 무난히 가져와 흐름을 바꾼 뒤 3세트를 연달아 따내 반격에 성공했다. 경기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침착했던 조코비치와 감정 기복을 그대로 드러내며 승부처에서 연거푸 결정적 스트로크와 발리 실수를 범한 키리오스의 내공 차이가 드러났다. 4세트 접전이 이어지며 게임 스코어 5-6으로 몰린 상황에서도 조코비치는 기어이 타이브레이크를 이끌어 낸 뒤 실수 없이 키리오스를 몰아붙여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번 우승으로 조코비치는 코로나19로 대회가 열리지 않은 2020년을 제외하고 2018년부터 올해까지 윔블던 단식 4연패를 달성했다. 해당 기간 28연승으로 윔블던에서 무적행진을 이어가며 ‘황제’ 로저 페더러의 윔블던 5연패 기록에도 성큼 다가섰다. 통산 7번째 윔블던 제패로 이 역시 페더러(8회)를 간발의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더불어 21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 수집에 성공해 그간 동률이었던 페더러(20회)를 넘어섰다. 올해 호주 오픈과 프랑스 오픈 우승으로 ‘빅3’ 중 GOAT 경쟁에서 선두로 치고 나간 나달(22회)도 압박했다.
조코비치는 “테니스를 시작할 때 처음 본 대회가 윔블던이라 의미가 더 크다. 달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다음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출전과 관련해선 “미국에 들어가려면 백신 접종 면제를 받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직 잘 모르겠다”며 여전히 백신 접종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