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보험사기 근절에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생명은 11일 인터넷에 올라온 보험사기 모집 글을 분석해 연루된 병원을 찾아내고 이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백내장 수술 등 보험사기 적발은 의료계의 자정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쥐(보험업계)가 고양이(의료계) 목에 방울을 달 때 누가 나설 것인지 주목되는 가운데 보험업계 ‘맏형’이 나선 셈이다.
삼성생명은 자체 개발한 ‘웹 크롤링’ 시스템을 통해 인터넷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 올라온 백내장 수술 관련 게시물 504개를 올해 상반기에 확보했다. 웹 크롤링이란 온라인상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 분류하고 저장하는 기술이다. 삼성생명은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브로커의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병원 4곳에서 환자 유인, 알선 행위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해에는 이 같은 방식으로 백내장 실손보장 관련 보험사기 유인, 알선이 의심되는 병원 26곳을 적발했다.
삼성생명은 2014년 9월 부당청구방지시스템(FDS)을 처음 도입했다. 백내장 관련 보험사기 말고도 코 성형 수술을 질병과 관련한 수술로 꾸며 실손보험금을 부당 청구한 사례 9건을 지난해 적발했다.
보험금 부당 청구를 가려내는 일은 보험사 수익성을 높이는 일이지만 의료계와 각을 세우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병원이나 보험사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브로커로 뛰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사기에 적발된 병원 종사자 인원은 2020년 944명에서 2021년 1457명으로 급증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험사 직원, 보험설계사, 의료인 등이 보험사기에 가담한 경우엔 가중 처벌하도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