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등 독립유공자 156명 ‘호적’ 생긴다

입력 2022-07-12 04:04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처 외벽에 11일 “윤동주 시인을 비롯한 무호적 독립유공자 156명에게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어드린다”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보훈처 제공

윤동주 시인을 포함해 지금껏 호적이 없었던 독립유공자 156명에게 대한민국의 적(籍)이 부여된다.

국가보훈처는 11일 “윤동주 지사, 장인환 의사, 홍범도 장군 등 무호적 독립유공자 156명에 대한 가족관계등록부 창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충남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의 주소인 ‘독립기념관로 1’을 등록기준지로 부여할 예정이다. 등록기준지는 과거 호적법상 본적에 해당한다.

2009년 2월 신채호 선생 등 직계 후손이 있는 경우에 한해 후손의 신청을 받아 정부가 가족관계등록부 창설을 지원한 적은 있지만, 정부가 직권으로 직계 후손이 없는 무호적 독립유공자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호적 부여 대상에 오른 이들은 일제 강점기 조선인에게 적용됐던 민사법 ‘조선민사령’이 제정된 1912년 이전에 국외로 이주하거나, 광복 이전에 숨진 까닭에 대한민국의 공적 서류상 호적을 한번도 갖지 못했다.

가족관계등록부 창설 대상 독립유공자 중 윤 지사는 ‘서시’로 잘 알려진 민족시인이고, 장 의사는 일제 침략을 적극 옹호했던 미국 외교관 더럼 스티븐스를 1908년 샌프란시스코 기차역에서 저격한 인물이다. 봉오동·청산리 전투 승리의 주역인 홍범도 장군과 무장독립군 ‘광복군총영’을 조직한 오동진 지사도 호적 부여 대상에 포함됐다.

보훈처는 “독립유공자의 원적 및 제적, 유족 존재 여부, 생몰년월일, 출생 및 사망 장소 등 신상 정보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사실 관계에 맞게 정정하는 작업을 거쳐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보훈처는 다음 달 15일 광복절 이전에 무호적 독립유공자 156명의 가족관계등록부가 만들어질 수 있게끔 서울가정법원과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조국 독립을 위해 희생과 헌신의 삶을 사셨던 분들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 보훈’의 상징적 조치”라며 “독립유공자의 헌신을 기억하고 명예를 선양하는 국가적 예우에 성심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