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공간에 개역개정 성경 전체를 펼쳐 보이는 거대 설치미술 작품이 들어선다.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는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존 로스 선교사의 한글성경 발간 140주년을 기념한 ‘K바이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K바이블 프로젝트는 경기도 양평 안데르센 메모리얼 파크의 길이 100m 높이 3~9m 벽에 1753쪽의 성경이 A4 크기 스테인리스판에 새겨져 하나씩 매달리는 작품이다. 내년 4월 부활절 설치를 목표로 2015년 청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지낸 전병삼 현대미술가가 제작 중이다.
전 작가는 “영문 작품명은 ‘UNFOLD: The Bible’이며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듯, 익숙한 성경을 멀리서 펼쳐 바라보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2016년 갓 태어난 아들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다”며 “이번 작업을 통해 죽음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스라엘에 통곡의 벽이 있다면, 한국엔 성경의 벽이 들어선다는 점도 강조했다.
안데르센 묘원은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를 비롯해 어린이들을 무료로 안치해 주는 시설이다. 묘원에 인접한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소속 청란교회 담임인 송 목사는 최근 펴낸 ‘죽음이 품격을 입다’(하온) 책을 통해 “피어나기도 전에 죽은 아이들의 유골이 들과 강에 그냥 뿌려지고 끝나는 이야기에 가슴이 저렸다”며 아이들의 묘원을 돌보는 이유를 밝혔다. 송 목사는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을 지낸 김경래(95) 장로가 프로젝트 추진위원장을 맡는다”고 덧붙였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