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8월 태풍 ‘베티’로 남한강이 범람해 생사의 고비를 넘긴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충북 단양의 시루섬(사진)이 재조명된다. 단양군은 다음 달 19일 단양역 공원과 시루섬에서 시루섬의 기적 5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태풍 베티로 물에 잠긴 시루섬은 당시 44가구 250명의 주민이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아픈 역사가 있다. 6만㎡의 섬 전체가 침수되면서 주민들은 높이 7m, 지름 4m의 물 탱크에 올라서서 서로를 붙잡고 14시간을 버틴 끝에 구조됐다.
이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압박과 충격을 견디지 못한 생후 100일 아기 등 8명이 숨졌다. 아기의 어머니는 주민 동요를 우려해 밤새 죽은 아기를 껴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50주년 기념행사에는 생존자 시루섬 주민 60여명이 참석할 전망이다. 같은 넓이로 재현한 물탱크에 250명이 올라서는 실험을 통해 긴박했던 수해 상황을 다시 실감하는 시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관련 사진과 그동안 발표된 시루섬 관련 문학 작품 전시회도 열린다.
베티는 하루 강수량 407.5㎜를 기록하는 등 한반도에 물 폭탄을 쏟아부은 초대형 태풍이었다. 당시 전국에서 55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소금 뱃길이었던 시루섬은 상인들의 뱃노래가 끊이지 않을 만큼 굉장히 부흥했던 곳이지만 수해 이후 주민들은 떠나고 1985년 충주댐 건설로 남한강 물이 더 불면서 사실상 황무지로 변했다.
군은 시루섬 관광 자원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단양역 국도변에 시루섬의 기적 소공원을 조성했다. 이 공원에 14시간의 사투 그리고 인고의 어머니라는 조형물이 있다.
남한강 시루섬 위를 지나는 출렁다리는 내년 상반기 개통된다. 총사업비 150억원이 투입하는 이 다리는 길이 590m, 폭 2m의 보행 전용 관광 현수교(케이블로 상판을 지지하는 다리)다. 현수교와 함께 시루섬 안에는 2.5㎞의 탐방로를 조성할 예정이다. 출렁다리는 기적의 섬으로 불리는 시루섬의 사연을 담아 기적의 다리로 명명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황무지 섬을 남한강 생태와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진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단양=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