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테니스 간판 장수정(세계랭킹 155위·대구시청)이 생애 첫 여자프로테니스(WTA) 대회 정상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WTA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이덕희 이후 40년 만이다.
장수정은 9일(한국시간) 스웨덴 베스타드에서 열린 WTA 125 노디아오픈 단식 결승에서 레베카 마사로바(146위·스페인)를 2-1(3-6 6-3 6-1)로 꺾었다. 결승에서는 상대 강서브에 고전하며 첫 세트를 내줬지만 2세트부터 리시브와 포핸드 스트로크가 살아나면서 분위기를 바꿨고, 3세트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경기를 뒤집었다.
장수정은 이번 대회 3번 시드 클라라 버렐(95위·프랑스)과 32강부터 준결승 빅토리야 토모바(112위·불가리아) 전까지 무실 세트로 결승에 올랐다. 특히 16강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자신보다 상위의 랭커들을 제압해 큰 기대를 모았다.
장수정의 WTA 대회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WTA 125 하와이오픈 결승에 올랐으나 아쉽게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WTA 125 시리즈는 협회가 관리하는 WTA 투어 바로 아랫급으로 남자테니스로 치면 프로테니스협회(ATP) 챌린저 투어의 최상급 대회에 해당한다. 장수정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다음 주 세계랭킹이 113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돼 개인 최고 순위였던 2017년 120위를 뛰어넘게 됐다.
장수정은 최근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올 초 호주오픈에선 3연승을 거두고 예선을 통과해 생애 첫 메이저 대회 본선 무대를 밟았다. 2부 투어 격인 국제테니스연맹(ITF) 클레이코트 인터내셔널에서는 나이토 유키(189 일본)를 꺾고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복식에서도 ITF W60 캔버라 대회 우승, ITF W100 일클리 대회 우승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달 치러진 윔블던 예선에서도 2승을 거두며 본선행을 눈앞에 뒀으나 마지막 경기에서 야니나 위크마이어(603위 벨기에)에 일격을 당하며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선수의 WTA 투어 단식 우승은 1982년 포트 마이어스 오픈에서 우승한 이덕희가 유일하다. 이후 한국 여자 단식 세계랭킹 최고 순위(45위)를 기록했던 조윤정이 2002, 2003, 2006년 세 차례 WTA 투어 단식에서 결승에 올라 모두 준우승을 차지했다. 장수정의 WTA 투어 대회 단식 최고 성적은 2013년 코리아오픈 8강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