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명 6일 만인 10일 자진 사퇴했다. 과거 제자들을 향한 외모 품평으로 성희롱 논란이 인 데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정부 들어 장관급 인사의 낙마는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에 이어 4번째다.
송 후보자는 공정위 인사청문회준비단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큰 공직을 맡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교직에만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대가 컸는데 후보자가 심적 부담이 많았던 것 같다”며 “청문준비단도 사전에 사퇴 의사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송 후보자는 지난 4일 윤석열정부 초대 공정위원장 후보로 지명됐다. 사법연수원 23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동기고, 사법·외무·행정고시에 모두 합격한 ‘고시 3관왕’ 전력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지명 직후 송 후보자가 2014년 8월 서울대 로스쿨 1학년 학생들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만취한 채 성추행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학생을 향해 “넌 외모가 중상, 넌 중하, 넌 상이다”라는 식으로 외모를 평가하거나 여학생에게 “이효리 어디 갔다 왔어? 너 없어서 짠(건배) 못했잖아”라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지명 다음 날인 5일 송 후보자는 간담회를 열고 발언 사실을 인정하며 “너무 죄송하고 지금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그것 때문에 제가 자격이 없다거나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자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이 일이 커져서 도저히 이건 아니다 하면, 흔히 말하는 낙마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송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관련해 “(송 후보자가) 지금 상황에 대해 큰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자진 사퇴를 결정한) 본인 뜻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자진 사퇴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잘 알지는 못한다”며 “학교에서 교육과 연구에만 전념에 온 분이시니 지금 상황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송 후보자의 사퇴가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문동성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