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0일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4일 현 정부 초대 공정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지 6일 만이다. 과거 성희롱 논란이 있었던 송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난 것은 만시지탄이다. 이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은 측근·지인 위주의 폐쇄적 인사 운용과 인사 철학을 바꿔야 한다.
송 후보자는 이날 “큰 공직을 맡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자진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인 송 후보자의 지명은 애초부터 무리수였다. 송 후보자는 2014년 로스쿨 학생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술에 취한 채 외모 품평을 하고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졌고 본인이 이를 시인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송 후보자의 지명 당시 이 사안에 대해 “본인이 사과했고 그 사안으로 특별한 징계가 없이 일단락됐다”며 별 문제 없다는 듯이 넘어갔다. 성인지 감수성은 물론이고 국민의 눈높이에 대한 공감 능력이 제로에 가까움을 알 수 있다. 정작 송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자 대통령실은 “지금 상황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 본인의 뜻을 존중하겠다”라고 답했다. 국민과 송 후보자 모두에게 부담을 준 대통령실이 마치 제3자처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이없을 따름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철학을 대변하는 기구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반성과 각성이 가장 중요하다. 새 정부 들어 장관급 낙마만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4번째다. 인사 검증만 제대로 했어도 걸러졌을 인물들이다. 특히 정 후보자는 대통령의 40년 지기, 송 후보자는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다. 대통령의 지인과 측근 편애 기조가 각종 허물을 외면하면서 인사 참사를 야기했다고 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언론이 송 후보자를 포함한 부실 인사를 지적하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며 화를 내기까지 했다. 대통령이 이처럼 적반하장이고 아전인수 격인 시각을 버리지 못하면 다음 인사도 보나마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