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최근 급감하면서 금융권에서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떠오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까진 강(强)달러 현상에 따른 외환보유액 감소 원인이 크지만, 우하향 추세가 좋은 징조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외환보유액은 외환시장 안정이나 국제수지 불균형을 보전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대외 지급준비자산을 뜻한다. 환율 급등락 등 위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외환 실탄’인 셈이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당국이 지난 1~3월 사고판 외환 순거래액(매입액-매도액)은 -83억1100만 달러였다.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3개월간 83억1100만 달러를 외환시장에 내다 팔았다는 얘기다. 이는 외환 순거래액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9년 3월 이후 최대 규모 매도액이다. 지난 3월 이후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찍는 등 외환시장 변동성을 고려하면 매도액은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했다. 6월 말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 달러로, 전달 대비 94억3000만 달러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117억5000만 달러 급감 이후 최대 감소 폭이었다.
외환 창고가 줄어드는 데 우려가 나오지만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지난 5월 말 기준 세계 9위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39억 달러까지 내려갔던 외환보유액은 현재 112배 넘게 증가한 상태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외환보유액 규모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현재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적으로는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미국의 긴축 속도 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에도 외환시장 변동성은 커 보인다”며 “높은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면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이 다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