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에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르노코리아 노동조합은 파업 절차에 돌입했다. 전 세계적인 원자재 공급난 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파업이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7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사측에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사측은 전날 13차 교섭에서 노조에 첫 제시안을 전달했다. 기본급 8만9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200%+350만원, 특별격려금 50% 지급 등을 담았다.
노조는 사측 제안을 거부했다.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급은 순이익의 30% 지급, 신규인력 충원,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미래차 국내공장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13일까지 교섭을 진행한 뒤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노조는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한다. 조합원 찬반투표,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 회의 등의 합법적인 파업권 확보를 위한 절차는 마친 상태다. 이미 지난 9일부터 특별근무 거부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와 사측의 제시안이 큰 차이를 보여 순조로운 교섭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르노코리아 노조도 지난 7일 사측과의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르노코리아 측은 안정적 생산을 위해 올해부터 2024년까지 매년 기본급 6만원 인상, 격려금 200만원 지급을 제시하며 3년치 임단협을 한 번에 끝내자고 노조에 제안했다. 노조는 사측의 ‘다년 합의’ 제안이 ‘노조 힘을 빼기 위한 수작’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11일 임시 대의원회의를 열어 파업권 확보를 결의하고 구체적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기본급 9만7472원 인상, 일시금 5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두 회사와 달리 쌍용자동차의 경우 지난 5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 출시 행사에 정용원 쌍용차 법정관리인과 선목래 쌍용차 노동조합위원장이 나란히 단상에 올랐다. 2009년 쌍용차는 노사간 적대적 관계로 유명했다. 당시 쌍용차는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법원 지시에 따라 정리해고에 돌입했다. 노조는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옥쇄 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이듬해 노조가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탈퇴한 뒤 개별기업 노조로 전환했고 13년째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는 존속이 위태로울 정도로 큰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노사가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쌍용차의 노사관계는 자동차 업계에서 보기 힘든 사례”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