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폭염

입력 2022-07-11 04:10

폭염은 평년보다 심하게 더워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상태를 말한다. 기상청은 10일 오전 10시를 기해 전국에 폭염특보를 발령했다. 대구·광주·대전 전 지역과 충청·전라·경상도 내륙지역 및 경기도 남부지역에는 폭염경보, 서울 부산 인천 등에는 폭염주의보를 내렸다. 폭염주의보는 체감온도가 33도 이상, 폭염경보는 35도 이상인 날씨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7월 초순 장마철인데 이 정도니 다가오는 삼복 더위를 어떻게 넘길지 걱정이다.

여름은 덥고 습한 게 당연하지만 최근 몇 년은 너무 심하다. 통계청은 2018년 우리나라 자연재해 사망자를 53명으로 집계했는데 이 중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 사망자가 48명이었다. 그해 태풍과 집중호우 피해 사망자는 각각 3명, 2명이었다. 폭염은 요란한 태풍과 달리 소리 없이 찾아오는 암살자였던 것이다. 물론 2018년 여름은 유독 더위가 심했다. 8월 1일 강원도 홍천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41도를 기록했고, 서울도 39.6도였다. 하지만 2018년에만 폭염 사망자가 많았던 게 아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자연재해 사망자를 보면 2011~2019년 폭염 사망자는 493명으로 같은 기간 태풍·호우 사망자 137명보다 훨씬 많았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로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8~2017년 유럽에서 폭염으로 16만6000여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열사병, 열 실신·경련·탈진 같은 폭염 관련 질병으로 숨진 미국인을 2018년 1012명, 2019년 911명, 2020년 1156명, 2021년 1577명으로 집계했다.

유럽연합(EU) 산하 과학기구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지구 평균 기온은 1991~2020년 평균보다 0.3도 높았다. 유럽의 상승폭은 무려 1.6도였다. 미국과 유럽은 제트기류가 생성한 열돔에 갇혀 신음 중이고, 인도는 봄을 건너뛴 120년 만의 더위가 4개월째 기승이다. 우리도 그냥 더운 여름이라고 생각할 때가 이미 지났다. 폭염은 국가적으로 대비해야 할 심각한 자연재해가 됐다.

고승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