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동맹 재편과 나토 정상회의

입력 2022-07-11 04:08

큰 판이 흔들린다. 지난달 개최된 나토 정상회의는 세계 안보 질서 변화의 시작점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 윤석렬 대통령의 첫 국제 무대 데뷔인 나토 회의는 한반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12년 만에 새롭게 채택된 나토의 전략개념은 예상대로 ‘전략적 동반자’였던 러시아를 “동맹국의 안보와 유럽·대서양 지역의 평화·안정에 가장 심각하고도 직접적인 위협”으로 단정했다. 신전략개념은 중국도 겨냥했다. 나토 창설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10여 차례 언급하며 “중국의 야망과 강압 정책이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고 경고하면서 전방위적 대응을 강조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핵심 동맹 국가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초청받은 것도 의미가 크다. 전략개념은 “인도·태평양 지역이 유럽·대서양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공동안보 이익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를 종합할 때 이번 나토 회의는 국제 안보 질서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오랜 기간 분리해온 대서양 동맹과 인도·태평양 동맹을 연계할 계기가 됐다. 미국은 대서양 동맹의 공간과 역할을 유럽으로 한정해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하고 러시아에 대항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주요 거점(hub and spoke)’ 형태로 공동대응이 아닌 개별 국가와의 양자 동맹을 통한 방어에 집중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은 두 동맹체제를 ‘연맹하는(federated) 형태’로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의 도전에 대응하려 한다.

집단안보체제로 묶여 있지 않으므로 인도·태평양 역내의 미 동맹국은 새로 재편되는 동맹체제의 참여 여부를 ‘선택’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정상회의에 한국이 동참한 것은 매우 중요했다. 일부 주장처럼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지 않기 위해 나토 회의를 거부했다면 한국은 스스로 안보를 팽개치는 것이 된다. 미국 주도로 진행되는 동맹체제 변환에 참여하지 않고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극히 제한된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중국의 한국 보복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번 회의에는 총 38개국이 참여했다. 그중 한국만을 특정해 보복한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 또한 중국은 한국 여론에 민감하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자국 정치에 대한 중국의 간섭’을 주된 이유로 한국의 반중 정서가 80%가 넘는 상황에서 사드 때와 같은 보복은 어렵다. 당시 중국이 마음 놓고 보복한 것은 한국 내 여론이 분열됐고 국제사회도 단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이 적절한 대중 견제를 선택할 때 중국은 한국을 존중한다. 거친 표현을 서슴지 않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주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연출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좋은 예다.

이번 회의는 북한 위협 대응 차원에서도 유의미하다. 북한 외무성이 회의 직후 “미국과 추동 세력들의 무모한 군사적 책동”이라고 비판한 것은 대북 대응에 도움이 된다는 방증이다. 대서양과 인도·태평양 동맹이 연맹 대비로 발전한다면 북한은 더 크고 버거운 상대를 만나게 되므로 억제 효과가 대폭 확대된다.

따라서 한국은 더는 유효하지 않은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재편되는 안보 질서 논의에 지금처럼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미국 주도의 신경제 질서도 대서양과 인도·태평양 동맹을 축으로 구축될 것이다. 초기 동참을 통해 새로 구성되는 규칙과 질서, 형태 등에 대해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19세기 말 세계사적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 도태됐던 역사를 결코 되풀이해선 안 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