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뱃속에 있을 때만 갖고 있는 모낭(털주머니) 재생 능력을 성인 피부에서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영구 탈모를 겪고 있거나 화상 등으로 피부 조직이 손상돼 머리카락이 안 나는 사람들은 물론, 심하지 않는 일반 탈모 환자들을 위한 발모제 개발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조성진 교수팀은 태아기 모낭 생성을 담당하는 성체 줄기세포(상부 진피 섬유아세포)를 대상으로 출생 직후 모낭 재생 능력이 사라지는 기전을 밝혀내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 최신호에 발표했다.
모낭은 태아기 3~7개월에 완성된 후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모낭 생성을 담당하는 진피 줄기세포가 출생 후 기존의 모낭 재생 능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는 동안 모낭에 손상을 입으면 그 개수가 줄어 영구 탈모로 이어진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Twist2 전사 인자’가 섬유 아세포의 모낭 재생 능력이 소실되는 과정에 결정적으로 관여하는 ‘마스터 조절자’임을 규명해 냈다. 그동안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던 진피 줄기세포의 모낭 재생 능력 소실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권 교수는 11일 “Twist2 전사인자를 조절해 성인기에도 모낭 재생 능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모낭을 갖춘 온전한 피부를 재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탈모증은 모발 주기가 짧아져 점차 가늘어지고 길게 자라지 못하게 되는 상태인데, 보통 모낭 발생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성장 인자들이 출생 후 모발이 자라는 주기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면서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Twist2 전사 조절 물질은 모발 주기를 늘려주는 효과가 예상되므로 발모제로 개발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향후 전임상 단계에서 발모 효과의 검증과 안전성이 확보되면 사람 대상 1상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