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의 도시 바쁜 삶 보듬는 ‘쉴 만한 물가’

입력 2022-07-12 19:15 수정 2022-07-13 11:28
평택 푸른숲교회는 인구이동이 많은 지역특성에 맞춰 ‘양육하는 교회’에 목회 중점을 두고 있다. 전 성도가 참여한 야유회 모습.

객기였을까? 믿음이었을까? 개척을 할 때는 모든 인간적인 의지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연고’와 ‘사역했던 모든 지역’을 배제하고 개척한 곳이 평택이었다. 밀양에서 장례예배를 마치고 인천으로 올라가는 길. 그때 허허벌판에 세워져 있던 ‘삼성전자 공장부지’라는 팻말을 보았다. 삼성전자에서 일할 때 라인셋업팀에 배정되어 365일을 거의 쉬지 못하고 일을 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선교사를 꿈꿨던 나에게 그 시간은 ‘내가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확실한 답을 얻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팻말을 보는 순간 이곳이 바로 내가 복음을 전해야 할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잠깐 동안의 직장생활이었지만 그들의 선배이며, 영적 갈급함을 먼저 느꼈던 내가 그들을 더 공감할 수 있고, 신앙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이후 사역을 쉬는 월요일이면 평택에 내려와 기도를 심었다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신대원 시절 말씀의 감격 속에서 3년을 보냈다. 그럴수록 말씀을 더 깨우치고자 하는 열망은 커져갔고, 그렇게 유학을 떠났다. 넉넉한 중에 떠난 유학이 아니었기에 돌아와서 부교역자 사역을 마치고 개척했을 때는 재정적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2,000만원의 월세 보증금을 빌려야 할 정도였으니. 그래서 먼저 가정에서 예배를 시작했다. 부르심을 깨닫고 평택에 내려와 개척을 했고 외부 예배처소에 대한 간절함은 있었지만 언제 어떤 방법으로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실지 기약이 없었다.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는 시간이 1년을 넘어가자 점점 마음 속에 하나님에 대한 불평이 피어올랐다. 그래서 이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려고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엎드렸는데, 결국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하나님께 받은 은혜만을 곱씹게 되었고, 감사의 마음과 이 훈련의 시간을 견딜 믿음을 회복하게 되었다. 그런 인내의 시간 후 하나님의 때에 아브라함에게 이삭이 주어진 것과 같이 고난(?), 훈련(?)의 시간 후에 하나님의 뜻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전 사역했던 교회의 자매가 받은 장학금을 헌금하겠다고 연락을 해주었다. 그리고 이전 대학부에서 받은 은혜를 기억하며 성경공부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수원에서 평택까지 내려와 함께 성경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때 딸을 가르치는 목사에 대해 궁금해 하시던 자매의 부모님께서 영종도에서 평택까지 내려오셨고, 함께 교제를 나누는 중에 하나님께서 그 장로님의 가정에 푸른숲교회와의 동역의 마음을 부어 주셨다. 장로님께서 “월세를 책임질테니 ‘외부 예배처소’를 마련하자”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나님의 은혜로 사역의 제 2막이 열리게 되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는 코로나의 영향이 교회에 남아 있지만, 이전의 역동적인 사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평택 푸른숲교회 모든 성도가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개구리는 더 높이뛰기 위해 웅크림의 준비동작이 필요하다. 한국교회와 평택 푸른숲교회 모두에게 코로나의 시간은 회개를 통한 부흥의 준비 기간이었음을 믿는다. 평택 푸른숲교회는 이제 웅크렸던 시간을 뒤로 하고, 첫 마음을 가지고 다시 뛰어 오르려 준비하고 있다.

평택푸른숲교회는 어떤 교회라 말할 수 있을까?

첫째 평택 푸른숲교회는 젊은 교회이며, 양육의 교회다. 모두 아시다시피 평택은 새로움을 향해 역동하는 도시다. 세계 최대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건설과 미군기지 이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의 유입이 많다. 저희 교회 새가족들도 대부분이 타지에서 직장을 찾아 유입된 젊은 부부들이다. 그런데 이 젊은 부부들의 신앙은 어떤가? 그들은 부모님이 리드했던 신앙생활에서 이제 막 홀로서기를 하고 있으며, 믿음에 대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을 원한다. 믿음의 기초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한 때이다.

여성도들이 주축이 되어 전개한 길거리 전도 활동.

그래서 평택 푸른숲교회는 교리, 성경, 제자훈련과 관련한 대상별, 수준별 맞춤의 다양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성도들을 양육하고 있다. 작은 교회의 장점이 목회자가 성도들 각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 아닌가. 성도들 수준에 맞추어 바로 바로 수정되는 교재를 통해서 성도들의 영적 성장을 돕고 있다. 성경공부는 모든 교회가 하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역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현실을 본다면 오히려 가장 미진한 사역이 말씀사역이라고 진단해야 할 것이다. 믿음을 인정받기 위해 해오던 단답형 성경공부는 개인의 연구와 묵상이 없는 성경공부이며,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 앞에 무릎 꿇을 기회가 없는 성경공부이기에 하면 할수록 성도들을 교만케 할 위험을 가지고 있었다. 쇠퇴하는 한국교회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없어서 망해가는 이스라엘과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호4:1). 하나님의 말씀을 아는 것은 하나님 앞에 거룩한 신자로 서는 가장 첫 번째 단계다. 새로운 부흥을 위해서 다시 말씀의 부흥을 위해 기도하고 헌신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평택 푸른숲교회는 개혁신학과 장로교에 대한 이해, 이단에 대한 이해, 중고등부를 위한 ‘사건별 성경이야기’, 제자훈련, 그리고 장년부를 위한 ‘술술 풀리는 성경(전권 성경교재)’를 준비하며, 오직 말씀교육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

둘째, 평택 푸른숲교회는 다음세대의 ‘청출어람의 믿음’을 세우는 일에 헌신하는 교회다. 평택 푸른숲교회는 금요일 저녁을 가정예배의 날로 정하고, 각 가정에서 부모님의 인도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그리고 목회자는 각 가정을 돌며 가정예배에 대한 시범을 보이며 그 가정에 예배가 바로 자리를 잡도록 하고 있다. 지금 시대의 신앙교육은 마치 학원교육을 연상케 한다. 자녀를 학원에 보내놓고 자녀교육에 대한 모든 책임을 벗어버리는 부모들처럼, 아이들의 신앙을 그렇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녀의 믿음을 바로 세우는 일은 결코 목회자 혼자 책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그런 접근법으로는 결코 성취될 수도 없다. 이런 접근은 가정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뜻에 불순종하는 것이다. 목회자와 함께, 또 교회와 가정에서 함께 되어져야만 자녀들의 바른 신앙성장이 가능한 것이다.

부교역자를 할 때 그런 필요성을 절감하고 각 가정에 매달 한 번씩 ‘신앙통지표’를 발송했다. 한국교회에서는 자녀와 함께 예배를 드리는 일이 시스템적으로 쉽지 않다. 아이를 안고 예배를 드려야 하는 영유아부의 시기를 지나면, 유초등부, 중고등부, 대학부, 청년부까지 부모와 자녀가 따로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자녀들은 결혼해서 부모를 떠난다. 이렇게 되면 부모가 자녀의 신앙의 상태를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매달 말에 성도님들의 가정에 신앙통지표를 보냈다. 출결상황, 예배 태도, 설교의 이해도, 공과공부 참여도 등을 수치화했고, 거기에 전하는 말씀을 덧붙여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소개했다. 그 이후, 성도님들이 자녀의 상태에 대해서 많이 물어오셨다. 한 예를 들자면, 어느 날 저녁, 한 아이의 어머니께서 찾아오셔서 “내 아이가 그렇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줄 몰랐다”고 말씀하시며 우셨다. 새로 부임한 나도 그 아이의 부모님께서 자녀의 신앙상태에 대해서 그렇게 모르고 계셨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일 이후 목회자와 부모 사이에 친밀한 동역이 시작되었고, 아이의 태도는 점점 긍정적으로 변해 갔다. 그렇게 ‘신앙통지표’라는 도구를 통해서 부모와 목회자가 함께 할 때, 아이들의 믿음을 세워나갈 수 있었다. 그러니 가정에서 부모의 영적 리더십을 세우는 일은 얼마나 중요한가. 또 어릴 때에 자녀들이 ‘우리 가정은 하나님을 왕으로 섬기는 가정’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래서 부모가 가정예배를 인도할 수 있도록 도우며 가정에서의 예배를 세워가고 있다. 평택 푸른숲교회에서는 이렇게 한 가정이 하나의 교회가 되어 온 가족이 주께 충성하는 믿음의 가정으로 거듭나고 있다.

셋째, 평택 푸른숲교회는 나누며 섬기는 교회다. 하나님은 고아와 과부와 객을 돌보라는 명령을 통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아끼지 말 것을 명령하셨다. 또 고후8장14절 말씀에서는 복음의 전파를 위해 수고하는 자들끼리 가진 것을 균등하게 하여 사용하라고 명령하고 계신다. 그렇게 교회는 가진 것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평택 푸른숲교회는 작은 교회이기 때문에 아직은 섬기는 것보다 섬김을 받는 부분이 더 큰 교회다. 그러나 하나님은 남을 때 섬기라고 하지 않으셨다. 가진 자가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부족한 중에 ‘복음의 전파’와 ‘이웃 사랑’을 위해 매달 일정 부분을 나누고 있다. 두 선교사님의 사역을 정기, 비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으며, 매달 마지막 주일을 구제주일로 정하고 드려진 헌금을 정기적으로 ‘평택 행복나눔본부’에 전달함으로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주신 모든 것은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사용되어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오늘도 평택 푸른숲교회는 부족한 섬김을 부끄러워하며, 더 크게 헌신하기 위해 부흥을 간구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의 방역제한이 풀리면서 교회의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행정복지센터와 같은 지역 내의 다양한 기관들과 연계하여 어려운 이웃들을 섬기며, 복음의 접촉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역을 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의 기간은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특히 모이기를 힘써야 하는 교회에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그 기간을 보내면서 ‘견디게 하신 하나님의 뜻’이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평택 푸른숲교회는 그 믿음을 가지고 더 큰 믿음과 담대함으로 맡긴 사명을 위해 전진할 것이다.

전홍희 목사

◇필자소개=전홍희(45) 목사는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해 미래가 보장된 인재였으나 가족구원과 소명을 위해 사직하고 총신대학원에 입학하여 목사가 되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 미시건 calvin seminary와 고든콘웰 신학대학원에서 박사중에 귀국 부교역자 생활을 거쳐 평택에 푸른숲교회를 개척했다. 가족은 김세화 사모와 아들 한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