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말로만 지방대 시대

입력 2022-07-09 04:11

아이를 적게 낳으니 학교에 갈 아이도 줄어든다. 대학 정원은 그대로인데 학생이 부족하다. 지난해 전국 대학의 미충원 신입생 수는 4만여명. 특히 지방대에 타격이다. 정원 미달은 등록금 감소와 대학 재정 부실로 이어진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방대의 위기는 대학이 위치한 도시의 위기를 불러온다. 청년 인구가 줄면서 고령화가 진행되고 지방 소멸이 가속화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과제의 하나로 ‘이제는 지방대 시대’를 제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방대를 살려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 출범 약 두 달 만에 지방대 우대는커녕 홀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이 지난 6일 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 증원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열려다가 교육부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취임 바로 다음 날 정부를 비판하는 건 ‘모양새’가 안 좋다는 교육부의 반발에 기자회견은 끝내 무산됐다.

기업은 반도체 연구 인력 확보를 호소했고, 정부는 수도권 대학 학부 정원의 증원을 허용하기로 했다. 지방대 총장들은 학령인구는 한정돼 있는데 수도권 정원이 늘면 지방대는 더욱 살아남기 어렵다며 반대한다. 이들은 8일 교육부 장관을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부족한 반도체 인력이 대략 매년 530명인데, 이를 수도권을 제외한 국·공립·사립대 10여개를 선정해 대학별로 평균 60여명씩을 양성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다만 올해 지방대 반도체학과 8곳 중 3곳은 정원 미달이라는 뼈아픈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수도권대 반도체학과 경쟁이 치열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교육부가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 정교하게 계획을 세워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안에 대해 마치 답이 정해져 있는 양 지방대 총장들의 목소리를 막아버린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이러고도 ‘이제는 지방대 시대’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러다간 ‘말로만 지방대 시대’라는 얘기가 나오게 생겼다.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