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유의 여당 대표 중징계… 막장 집안싸움

입력 2022-07-09 04:02
집권 여당 대표가 당 차원에서 중징계를 받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어제 새벽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받는 이준석 대표에 대해 6개월 당원권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로써 임기가 내년 6월까지인 이 대표는 사실상 대표직 유지가 어렵게 됐을 뿐 아니라 정치 생명까지 위협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에 이 대표가 징계에 불복하며 재심·가처분 신청 등 모든 조치를 통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혀 여당은 극심한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의 배경이 이 대표 측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당권 다툼이라는 관측도 많았던 만큼 여권의 내홍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윤리위는 이 대표가 2013년 사업가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대표 측근이 성접대 관련 제보자를 만나 7억원의 투자 각서를 써주는 대신 성상납이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았다는 의혹은 인정했다. 하지만 성상납 자체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증거인멸 교사를 인정한 부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번처럼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은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는데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 관련 의혹 폭로에 ‘윗선’이 개입돼 있다고 언급한 녹음파일까지 공개된 점을 감안할 땐 더욱 그러하다. 윤리위가 사실관계와 객관적 증거에 입각하지 않고 자료와 정황상 ‘소명을 믿기 어렵다’며 징계를 한 데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 대표 역시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본인도 자중할 필요가 있다.

어찌 됐든 메가톤급 후폭풍은 불가피하다. 이 대표 측과 친윤계 간에 당권을 둘러싼 극한 대립이 전개될 게 뻔하다. 2024년 총선 공천권 확보가 핵심이다. 대표 궐위 상태의 수습 방안을 놓고도 충돌할 소지가 많다. 징계 효력 등과 관련된 당헌·당규 해석도 분분하다. 이런 집권당의 집안싸움을 구경해야 하는 국민은 허탈하기만 하다. 집권 초반 유례없는 복합 위기에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내부 권력 다툼에만 혈안이 돼 있으니 말이다. 이러는 사이 취임 후 두 달도 안 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폭락해 처음으로 30%대를 기록했다. 최소한의 동력인 40%선이 붕괴된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의 난맥상이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한 결과다. 비상 시국에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사태 조기 수습에 실패한다면 국민적 분노는 더욱 치솟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