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으로 해가 바뀌면서 홍익대에서 일하던 17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건물을 청소하고 시설을 관리하고 경비를 서던 이들이었다. 해가 바뀌기 직전인 2010년 12월 말 학교는 동결된 용역단가로 하청업체에 단기로 계약을 연장하자고 했다. 수용할 수 없었던 업체가 입찰을 포기하면서 업체 소속 170여명은 새해 벽두부터 실업자가 됐다.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일할 곳을 잃은 이들은 쓸고 조이고 지키던 학교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원청 학교와 하청 노동자들 간 눈에 익은 분쟁은 총학생회가 그 사이로 들어오면서 드문 사건으로 기억에 남았다. 통상 노동자 편에 서 있던 총학생회가 사태 해결 의지를 밝히면서도 “외부 세력의 학내 점거 농성 반대” “학생들의 편의나 학습에 지장을 주는 일에 반대”라고 주장하면서 학내외 반발을 불렀던 것이다. 더욱이 총학생회장이 농성장을 찾아 이런 입장을 전하면서 노동자 처지에 공감하지 못하는 총학생회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11년이 흘러 연세대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시급 인상 및 샤워시설 확충 등을 요구하는 연세대 하청 청소노동자들의 집회와 관련해 학생 3명이 수업에 방해가 됐다는 이유로 고소·고발에 이어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관련 사실이 국민일보 보도로 처음 알려질 때만 해도 ‘예외적 개인’의 돌출 행동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집회에 무관심할 수는 있어도 고소·고발, 나아가 민사소송까지 제기하는 게 쉬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을 들여다볼수록 예외적 개인은 외따로 떨어져 있던 게 아니라 삐져나온 것에 가까웠다. 고소·고발에 나선 이가 글을 올렸던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는 고소·고발에 우호적 여론이 많았고, 오히려 지지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도 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고소·고발 학생에 대한 동조 여론을 계측하긴 힘들지만,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솔직한 속내로 볼 수도 있다.
반대로 오프라인에선 고소·고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3000명 넘는 학생들이 청소노동자 지지 서명을 한 데 이어 학생 수십명이 청소노동자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가해 온라인 여론과 온도차를 보였다. 그중 눈에 띄는 건 졸업생들이 낸 입장문이었다. 졸업생들은 입장문에서 “불편에 대한 책임을 잘못된 곳에 묻고 있는 무지, 눈앞의 손해만 보고 구조적 모순은 보지 못하는 시야의 협소함,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지 않는 게으름이 안타깝다”고 적었다. “좁은 시야를 갖고 사회에 나간다면 이 대학 졸업장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묻고 싶다”고도 했다.
졸업생의 안타까움을 대부분 공유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들의 비판이 고소·고발에 동조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수용될까 하는 의문도 든다. 이 문제가 특정인이나 특정 대학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학 밖 팍팍한 현실이 이미 학내에 공고히 자리 잡아 대학생들이 진짜 원인에 대해 질문하고 구조적 모순을 살필 여유를 갈수록 빠르게 없애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다.
2011년 홍익대 농성자들이 그 과정을 기록한 책 제목은 ‘우리가 보이나요’다. 평소 인식하기 힘들었던 하청 노동자들은 있던 자리를 빠져나와 목소리를 낼 때에야 어렴풋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번 고소·고발은 대학이 갈수록 그 어렴풋함마저 살피지 못하는 곳이 돼가는 방증처럼 보여 씁쓸하다. 덧붙여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해결에 미온적인 대학 당국이 그런 부정적 모습을 가속화시킨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김현길 사회부 차장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