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은 왜 반복되나… 신앙의 거장에게 답을 듣다

입력 2022-07-08 03:03
좋은 대화는 알지 못했던 걸 발견하게 해준다.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못했던 것을 드러내 주기도 한다. 사진은 영국 런던 세인트 제임스 교회의 예수님과 수가성 사마리아 여인을 표현한 스테인드 글라스. 예수님은 우물가 여인과의 대화를 통해 ‘영과 진리로 예배하라’고 말씀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화는 서로 다른 경험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통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을 통해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내용을 검증해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대화는 신앙 전수에 꼭 필요한 도구이다. 우리 시대 신학과 설교의 대가들이 후학들과 나눈 대화가 책으로 발간됐다. 신앙의 여정과 신학의 난해함을 한 줌 덜어 줄 국내외 책들을 소개한다.


스탠리 하우어워스와의 대화’(비아)는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미국 최고의 신학자’로 꼽은 하우어워스(82) 미 듀크대 명예교수가 영국 런던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교회를 맡고 있는 새뮤얼 웰스 성공회 사제와 나눈 대담이다. 하우어워스 교수는 미국 텍사스 출신으로 사우스웨스턴대를 거쳐 예일대 신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신학자이자 윤리학자다. 그의 책 ‘평화의 나라’(비아토르)는 더 처치 타임스가 꼽은 최고의 그리스도교 저작 100선에, ‘교회됨’(북코리아)은 크리스채너티투데이 선정 20세기 그리스도교 100대 명저에 꼽힌 바 있다. 웰스 사제의 세인트 마틴 교회는 런던 트래펄가 광장의 내셔널갤러리 바로 옆 오케스트라 예배로 유명한 곳으로 한국인 관광객에게도 익숙하다. 웰스 사제는 하우어워스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듀크대 교목도 역임했다.

신학자와 성직자로 마주한 이들은 신학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다. 하우어워스 교수는 “신학자는 대다수 신자가 마주하기 꺼리지만, 매우 중대한 물음에 응해야 하는 교회 내 직무”라고 말한다. 신학자로서 참된 헌신은 제기되는 물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두려움을 감내하는 것까지 포함한다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예배하는 모임 일부가 된다는 건 끊임없는 질문의 연속이라고 언급한다. 때문에 기독교는 필연적으로 신학자를 낳게 된다고 덧붙인다.

웰스 사제는 “신학을 교회 현장에 육화하는(incarnate) 것이 성직자”라고 답한다. 세인트 마틴 교회에선 예배가 끝나고 안내 시간에 성도들의 질문을 받는데 ‘다른 사람들은 84세까지 잘만 사는데 제 남편은 왜 53세에 죽어야 했나요’ ‘하나님의 부모님은 누구인가요’ 등을 묻는다고 했다. 질문이 곧 신앙의 여정임을 강조한 이들은 앞서 발간된 거장의 책 인세가 1달러에도 못 미치는 43센트, 56센트 등에 머물렀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유쾌하게 대화를 이어간다. 자신을 먼저 낮추는 겸손으로서의 유머가 녹아 있다.


신앙의 여정’(무근검)은 한국교회 설교학의 대가인 박영선(74) 남포교회 원로목사의 강연과 뒤이은 윤철규 남포교회 청년부 담당 부목사와의 대담을 기반으로 한다. 구약에서 펼쳐지는 이스라엘 백성의 반복된 고난은 대체 왜 그런 건지, 믿음이 없고 불순종한 것을 넘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 질문을 던지고 푸는데 인생 전체를 바쳤다고 박 목사는 이야기한다.

젊은 윤 목사는 구원 이후에 다시 고난이 찾아오는 성도들의 현실을 전하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재차 묻는다. 박 목사는 이를 이해하기 위해 이사야서를 세 부분으로 나눠 1차 2차 3차 세계관을 소개한다. 구약학자 폴 핸슨의 현대성서주석 시리즈 가운데 이사야 주석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밝힌다.

계명을 지키는 율법적 세계관이 1차, 이를 넘어 조건 없이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는 은혜의 세계관이 2차임을 설명한다. 이어 율법과 은혜를 통과해 구원 이후 자유와 책임을 누리는 세계관이 3차다. 박 목사는 “사람들은 종종 율법으로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자신에겐 은혜를 적용해 살아남는다. 이런 상황에선 건강한 신앙생활이 불가능하다”며 “교회는 이전보다 더 성숙해져야 하며, 은혜를 경험한 자로서 자유와 책임을 누리는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