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순방에 사적 인연 민간인 동행이 문제 안 된다니

입력 2022-07-07 04:01
대통령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27일 성남 서울 공항을 출발한 공군 1호기에서 자료를 검토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있는 김건희 여사의 사진을 3일 공개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스페인을 방문했을 당시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모씨가 동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적 직책이 없는 민간인 신분인데도 사전 답사팀과 선발대에 참여했고 순방 후 대통령 전용기로 함께 귀국했다. 비밀인가를 받지 않은 민간인이 최고 수준의 보안이 유지돼야 할 대통령 일정에 관여하고 대통령 부부가 묵었던 숙소에 함께 머물며 출장 비용을 지원받는 게 도대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대통령실이 신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오랜 개인적 인연이 순방 동행의 배경이라고 밝혔는데 그게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명백한 국기문란”이라며 국회에서 정식으로 경위를 따지겠다고 나섰다. 그런데도 이 사안을 바라보는 여권의 인식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실은 신씨는 민간인 자원봉사자이고 순방 기간에 윤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동포 간담회를 비롯해 일정 전반의 기획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민간인이지만 기타 수행원 신분으로 모든 행정적 절차를 적법하게 밟아 동행했고 보수 지급 없이 숙소와 항공편만 지원했기 때문에 특혜나 이해충돌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는데 납득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신씨가 순방에 동행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신씨가 오랜 해외 체류 경험과 국제행사 기획 역량이 있고 영어에 능통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해도 신씨의 동행은 이례적이다. 대통령 해외 순방 시 대통령실과 외교부에 일정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담당자들이 있는데 그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허수아비였다는 말인가. 백번 양보해 민간 전문가의 지원이 필요했더라도 인사비서관의 배우자를 수행원으로 택한 것은 이해충돌 여지가 다분하다. 윤 대통령과 사적인 인연이 없었다면 신씨가 수행원으로 발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방송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해외 방문 때도 (민간인인) BTS가 참여해 공연을 하지 않았느냐고 했는데 어처구니없는 인식이다. 공무 수행 과정에서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면 공직 윤리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 주변에서 이런 일이 잦아지면 ‘비선’ ‘국기 문란’ 논란이 일기 마련인데 여권은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실은 신씨가 순방에 동행한 경위, 현지에서 신씨가 수행한 역할, 대통령실이 신씨 관련 지출한 비용 등을 더 소상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