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수학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계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허 교수는 미국 국적이지만 한국에서 초·중·고교를 거쳐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수학을 싫어하던 학생이 세계 최고 수학자가 된 과정을 보자면, 한국 공교육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중학교 3학년 때 수학경시대회에 나가려 하자 교사는 지금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했다. 당장의 성과가 보일 것 같지 않으면 좌절시키는 게 우리 공교육이다. 고등학교 때는 몸이 아파 야간자율학습을 빼달라고 했지만 거부당했다. 그는 자율성도 융통성도 없는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대학에 갔다. 제도권 교육의 낙오자인 셈이다.
국제적으로 한국의 수학 연구 역량은 ‘최고 선진국’ 그룹이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우리 학생들의 수상 실적도 최상위권이다. 성취도는 세계 최상위지만 학생들이 느끼는 흥미는 최하위권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고등학생 3명 중 1명은 이른바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라고 한다. 한국의 수학 교육은 철저히 입시에 맞춰져 있다. 기계적 문제 풀이의 반복이다. 오직 입시를 위한, 실생활에는 쓸모가 없는 너무 복잡한 것을 가르친다. 변별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를 낸다. 오죽하면 한국에서는 수학도 암기과목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수학은 한 부분을 놓치면 사교육의 도움 없이는 따라잡기가 어렵다. 공교육은 뒤처지는 학생을 포기한다. 학교가 포기하니 학생 스스로도 포기한다. 허 교수는 즐겁기 때문에 수학 연구를 한다고 했다. 불행히도 대부분 한국 학생들은 수학의 즐거움을 모른다. 수학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과목이다.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계기로 입시 위주의 수학 교육이 확 바뀌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