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에서] 일치와 자유와 사랑

입력 2022-07-07 04:05

중견 기독출판사의 30대 간사 A씨는 선교사 자녀(MK) 출신이다. 부모가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사역했기에 A간사는 현지에서 대학까지 졸업했다. 영어에 능통하고 국제적 감각이 탁월했지만 한국교회의 복잡한 사정엔 조금 어두웠다.

목회자를 꿈꾸던 A간사는 한국의 신학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본인이 국내에서 출석하던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이 국내 최대 교단임을 떠올리며 합동신학대학원대 입학을 결심했다. 입학원서를 제출할 때 추천서를 써준 목사도 개혁주의의 큰 흐름을 벗어나진 않는다는 이유로 합동신학대학원대 진학을 만류하지 않았다. 합격 후 한 학기를 잘 다닌 A간사는 뒤늦게 합동신학대학원대는 예장합신의 신학교이고, 예장합동엔 총신대 신학대학원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됐다. 총신대 신대원에 다시 진학한 A간사는 복음주의 신학을 깊이 공부해 오늘도 이를 출판 현장에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A간사처럼 신도들도 예장합동의 총신대 신대원과 예장합신의 합동신대를 헷갈릴 수 있다. 새뮤얼 A 모펫 선교사가 처음 세웠던 평양신학교가 광복 후 조선신학교를 거쳐 예장통합의 장신대, 예장합동의 총신대, 한국기독교장로회의 한신대로 분열된 역사를 설명하려면 한국교회사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광복 후 고려신학교 교장, 총신대 신학대학원장에 이어 예장합동 교단을 탈퇴해 합동신학원 초대 원장을 맡은 성경주석의 대가 박윤선 목사를 알아야 예장합신의 역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연구용역으로 2018년 수행한 한국의 종교현황 통계를 보면 개신교 교단은 확인된 곳이 126곳, 미확인이 248곳이다. 정부 위탁을 받은 연구원들이 각 교단에 조사 협조 요청서를 보냈는데 이에 응하면 확인, 응답이 없으면 미확인으로 분류했다. 미확인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여호와의증인, 제칠안식일예수재림교회 등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분류한 곳이 다수 포함돼 있다.

개신교의 교단 난립을 비판하는 팩트로 이 수치가 활용돼 왔는데, 실상 더한 곳은 불교였다. 종교현황 통계에서 불교는 확인된 종단 146곳에 미확인 종단이 336곳이었다. 합치면 482곳으로 개신교의 ‘확인+미확인’에 비해 108곳 더 많았지만, 이런 걸 세어 보는 행위 자체가 쩨쩨하게 느껴진다. 교단이 많아도 너무 많은 건 사실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에 기사를 쓰면서 가장 어려운 게 교단 명칭이다. 이 칼럼 앞머리처럼 글에서 처음 나올 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으로 쓰고, 두 번째부터는 압축을 선호하는 지면 특성상 예장통합 예장합동 예장합신 예장고신 등으로 쓰는 것이 국민일보 표기법이다. 그런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예배의 자유를 올곧게 주장하던 일부 교회들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예장 교단을 새로 만들면서 이 교단은 ‘예장예장’으로 표기해야 하는 어색함이 생겨났다. 더구나 2018년 종교현황에 따르면 이미 인천 부평과 서울 양천구를 소재지로 한 예장예장A와 예장예장B가 확인된 교단으로 존재했기에 새로 생겨난 교단은 예장예장C로 해야 할지 고민된다.

미국에서도 최근 미국장로교(PCA)가 전미복음주의협회(NAE) 탈퇴를 결정해 언론을 탔다. 보수 신학을 견지하는 PCA가 환경 및 이민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반응하는 NAE에 반대하며 내린 결정이다. 교회 분열 앞에서 17세기 루터교 신학자 루퍼투스 멜데니우스의 라틴어 경구, “본질에선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엔 자유를,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사랑을”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심각하게 갈등하고 싸우는 문제가 과연 신앙의 본질인지 자문해볼 일이다.

우성규 종교부 차장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