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학문 발전하려면 정부 지원 갖춰져야”

입력 2022-07-06 04:08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5일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열린 국제수학연맹(IMU) 필즈상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계 수학자로는 처음으로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는 학문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정부의 지원구조가 확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수학자의 첫 수상에 대해 “우리나라는 전후에 굉장히 혼란스러웠는데 학문이 체계적으로 발전하려면 안정된 대학과 정부의 지원과 여러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며 “그런 조건이 갖춰지기 시작한 게 비교적 최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가 늦기는 했지만 조건 면에서 이제 다 동일 선상에 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강조한 것은 연구자의 연구 환경이다. 그는 “한국 수학계가 계속 발전해나가려면 연구자가 마음 편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야 한다”면서 장기적인 투자를 강조했다. 자신의 연구법에 대해서는 “목표를 딱 정하고 일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며 “보통 새로운 구조를 발견하고 그에 맞는 이론을 개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이론의 꼴이 잘 갖춰지면 그 렌즈로 그 전에 이해하지 못했던 것 중에 무엇을 이해할 수 있는지를 본다”며 “일단 도구를 미리 만들고 이것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문제를 나중에 보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최고의 영예를 안은 그는 ‘포기할 줄도 아는 자세’에 대해서도 힘주어 말했다. ‘난제’로 불리는 문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수학할 때 자신에게 ‘너무 열심히 하지 말자’라고 되뇌곤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물론 계속 열심히 안 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포기할 때는 놔줄 줄도 알아야 한다”며 “가끔 놔주는 시기가 있으면 계속 새로운 방식으로 실패하면서 자기가 시도하고 탐험해보는 영역을 조금씩 넓혀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원래 목표가 아니더라도 뭔가 새롭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영예를 동료들에게 돌렸다. 허 교수는 “혼자 한 연구도 있지만 많은 연구는 동료들과 같이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료들을 대표해서 제가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주위 분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기존 동료들과 또 아직 만나지 못한 새로운 동료들과 신나고 재미있게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활동에 대해서는 “지금 하는 것처럼 꾸준히 그날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면서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걸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