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통제·독립 ‘모순’ 받아든 尹… 李 “직협 野 편승” 불 지펴

입력 2022-07-06 04:06
윤희근 신임 경찰청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열린 차기 경찰청장 임명제청동의안 심의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윤 후보자를 경찰청장 후보자로 임명 제청했다. 권현구 기자

윤석열정부 첫 경찰청장에 윤희근(54) 경찰청 차장이 내정됐다. 행정안전부가 주도하는 경찰 통제 강화 드라이브에 대해 경찰 내부 반발이 큰 상황에서 안정적 조직 관리에 무게를 둔 인선으로 풀이된다. 신임 경찰청장은 ‘통제’와 ‘독립’ 사이에서 경찰 개혁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5일 윤 차장에 대한 경찰청장 임명 제청안을 승인했다. 국가경찰위원회는 앞서 윤 차장에 대한 경찰청장 후보자 임명에 동의했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임명 제청했다. 인사청문 절차를 남겨뒀지만 경찰청장은 국회 동의와 상관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창룡 경찰청장의 면직안도 재가했다.

충북 청주 출신인 윤 후보자는 경찰대 7기로 경찰 내 대표적인 ‘정보통’으로 꼽힌다. 충북청 정보과장, 서울청 정보부장, 경찰청 경비국장 등을 지냈다. 경찰청장에 임명되면 7개월 만에 두 계급을 뛰어넘는 초고속 승진 사례로 기록된다. 윤 후보자는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엄중하다”며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경찰 전체를 아우를 만한 리더십과 조직 내부의 신망을 갖고 있는 분을 최우선 기준으로 했다”고 내정 배경을 설명했다.

신임 경찰청장의 과제는 ‘경찰국’ 신설 등 행안부의 경찰 통제안에 대해 경찰청 차원의 대응 기조와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일선의 반발 기류를 수습하는 일이다. 윤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경찰 권한과 역할이 민주적 통제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과 경찰권의 중립성·책임성의 가치가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은 양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에 대한 정부의 지휘·감독 강화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조직 내 여론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다만 경찰청장이 자칫 행안부와 경찰 조직 사이에 끼는 샌드위치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이 장관은 삭발·단식 투쟁 등을 벌이고 있는 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직협)를 지목해 “일선 경찰의 반발이 아니라 직협의 단체 행동”이라며 “일부 야당의 주장에 편승하는 듯한 정치적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굳이 직협하고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이 장관은 또 지난 5월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을 전부 ‘물갈이’한 것과 관련,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치안정감들의 경우 정치권력과 상당히 연관돼 있다는 세평을 많이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새 정부의 경찰청장이 나와선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직협 소속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는 증거를 대라” “장관이 일선 경찰을 대표하는 직협과 대화는커녕 갈라치기를 하려 한다” 등의 격한 반응이 나왔다.

윤 후보자는 “현장 직원들이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 후보자로서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일련의 행동들이 국민에게 더 큰 우려를 드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판 강준구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