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5일 화상으로 진행 예정이었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협상’을 당일 오전 돌연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한국이 미중 간 힘겨루기의 산물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동참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직후라는 점은 이 상황을 가볍게 보기 힘들게 만든다.
돌이켜보면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와 2019년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나왔을 때도 뒷골이 싸했다. 보이지 않는 물밑 외교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입장에서 봐도 중국과 일본의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아니나 다를까 경제 보복이 시작됐다. 2017년의 경우 중국은 풀 듯 했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강화했고 롯데는 결국 중국 시장에서 손을 들고 나왔다. 일본은 2019년 7월 한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용 핵심 소재 3종을 ‘콕’ 집어 수출 제한 조치를 발동하며 한국 경제 심장부를 노렸다.
이번에도 중국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28일 “미국이 아시아 동맹국과 대화를 통해 나토의 아태 지역 확장을 촉진하는 것은 한반도 긴장을 조성한다. 윤석열정부가 미국에 의존해 점차 외교적 독립성을 상실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는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IPEF 발표 때보다 한층 더 압박 수위를 높였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한국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올 상반기 대 중국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23.2%를 차지했다. 수입 비중도 전체 수출액의 21.4%를 기록했다. 비중으로 치면 수출입 모두 중국이 독보적 1위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연기된 것뿐이다. 중국과의 협력 관계는 공고하다”고 단언했다. 일본이 수출을 제한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정부 내부에서는 ‘에이 우방국인 일본이 설마’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중국과의 통상 협력이 아무 문제없다고 말하는 통상교섭본부를 바라보니 그 때처럼 뒷골이 싸하다.
신준섭 경제부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