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0%라고 5일 발표했다.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6%대 고물가가 예상되긴 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온 데 대한 충격이 작지 않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통계청은 물가가 7%대까지 오를 가능성마저 내비쳤다. 이쯤되면 물가 예측 자체가 무의미한 것 같다.
품목별로 보면 6.0%는 선방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경유(50.7%), 휘발유(31.4%) 등 석유류 가격은 39.6% 급등하며 전월(34.8%)의 높은 상승률을 가볍게 제쳤다. 외식 물가(8.0%)는 1992년 10월(8.8%) 이후 가장 높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상승 속도다. 지난해 10월(3.2%) 3%대로 올라선 소비자물가는 5개월 만인 지난 3월(4.1%)에 4%대, 5월(5.4%) 5%대를 기록하더니 한 달 만에 6%대에 접어들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날 “지금처럼 높은 상승 폭을 유지하면 (7∼8%대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물가상승률 4.7%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최근의 고물가가 경기 침체와 맞물려 나타나고 있는 만큼 서민의 고통은 더욱 크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올해 1분기 국민고통지수는 10.6으로, 2015년 통계 추산 이래 가장 높았다.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을 벌인다는 각오로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물가 급등이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주로 외부 요인에서 비롯돼 정부 여당이 사용할 카드에 한계가 있긴 하다. 다만 실물 못지 않게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국민 불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여야가 공감하는 유류세 인하폭 확대 법안부터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급선무다. 윤태식 관세청장이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원유 등 주요 수입 품목의 단가를 즉각 공개해 일부 업체의 폭리를 차단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제가 민생 현장에 나가 국민의 어려움을 듣고, 매주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밝혔다. 이 말이 허언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