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효리네 카페

입력 2022-07-06 04:10

가수 이효리와 기타리스트 이상순 부부가 제주도 애월읍 소길리에서 신접살림을 차린 지 올해로 10년째다. 외지인에 대한 경계가 특히 심한 제주도민 사이에 이효리가 ‘소길댁’으로 통하는 걸 보면 이젠 제법 원주민 대접을 받나 보다. 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으로 대박을 치고 집까지 매각한 이후 제주 소식이 뜸하더니 지난 1일 구좌읍 동복리 해녀촌에 롱플레이라는 카페를 열어 세상을 또 시끄럽게 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100m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 바람에 커피 재료가 일찌감치 동이 날 정도였다. 이튿날 카페 사장 이상순은 인스타그램에 주민들께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올리고 당분간 예약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저는 이효리씨가 노래하는 것 뭐라 하지 않는다. 근데 커피숍은 안 해도 되지 않나”라며 연예인 슈퍼스타로서의 골목상권 침해를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효리씨는 소셜테이너다. 쌍용차 해고자 지지 등 이효리씨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줬다”며 공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나라가 사회주의 국가냐며 경제 활동 자유를 옹호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전 전 의원 지적처럼 당장 골목상권을 침해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인들의 ‘최애’ 관광지 제주도의 특성상 한 가지 잣대로만 재단하는 건 성급한 일 아닐까. 효리네 민박집 효과를 보자. 2019년 1월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제주 거주 유명인 방송 노출이 제주관광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2017~ 2018년 효리네 민박 방송 기간 동안 제주 관광객이 100만7000명 늘었다고 추정했다. 생산유발 효과는 제주 연간 총 산출액의 2.1%인 6251억원, 취업유발 효과는 연간 제주 취업자의 2.3%인 8693명으로 분석했다. 민박집 효과를 반추해 본다면 효리 카페도 제주도 경제에는 효자 카페가 될 수 있다. 또 원조 맛집이 생기면 근처 다른 식당들도 덩달아 덕을 보듯 이 동네 다른 카페들이 비슷한 효과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