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경인(京仁)과 경인(敬人)

입력 2022-07-06 04:07

칠월 첫날, 서울 양천구 신월3동에 위치한 경인어린이공원을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열었다. 공원을 둘러싼 아름드리 느티나무 안쪽으로 우람한 놀이대와 소박한 시냇물과 조그만 바닥분수가 옹기종기 자리 잡았고, 장맛비에 웅크렸을 어린이들이 뛰쳐나와 공원 가득 재탄생을 축하해 줬다. ‘경인’이란 이름은 1968년 개통한 경인고속도로에서 유래했다. 영등포구 양평동부터 신월동을 가로질러 인천나들목까지 연장 30㎞인 우리나라 1호 고속도로가 동서로 놓이면서 야트막한 언덕이 이어지던 이곳 농촌도 도시화가 시작됐다. 종로구 청운동 철거민이 이주한 신월1단지가 72년 만들어졌고, 77년 남부순환로가 연결되면서 남북으로도 도로가 뚫렸다. 80년대 초 이주단지에 붙여 만들어진 이 작은 공원은 시원한 느티나무 그늘을 펼쳐 빡빡한 이주민의 삶을 40년간 위로해왔다.

이 동네 남쪽 능골산에 자리한 옛 김포정수장은 2009년 서서울호수공원으로 탈바꿈해 주민 사랑을 담뿍 받는데, 그 아래 신월나들목이 바로 경인고속도로와 남부순환로 교차점이다. 서울시는 2025년 목표로 신월나들목부터 동으로 목동운동장까지 경인고속도로(현 국회대로)를 지하화하기로 하고, 지상에 선형공원(국회대로 상부공원, 길이 4㎞, 9.2만㎡)을 조성 중이다. 결국 경인어린이공원에서 능골산 자락을 타고 서서울호수공원, 신월나들목, 국회대로 상부공원을 거쳐 목동신도시와 안양천까지 단박에 연결되는 셈이다. 부천시와 인천광역시 구간도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를 추진 중이니 서쪽으로 연결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경인고속도로 공원화는 남북으론 단절된 지역을 연결하고, 동서론 목동과 비목동의 격차를 줄일 것이다. 여의도공원처럼 광장이 공원이 되고, 경의선숲길처럼 철로가 공원이 되고, 이제는 도로가 공원이 되는 도시의 변화는 차량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의 전환을 명확히 보여준다. 경인(京仁)이라는 고유명사가 경인(敬人)이라는 도시철학으로 읽히는 이유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