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뭉칫돈… 은행들, 우대 금리에 재미까지 얹어 고객 유혹

입력 2022-07-05 20:19

세계 각국이 경기 침체에 고물가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사로잡혔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가 물가를 잡겠다며 기준 금리 인상 고삐를 죄자 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던 ‘영끌’족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이들은 투자금은 쪼그라들고 월급은 들어오기 무섭게 사라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안 쓰고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최근 자산 시장에 몰렸던 투자금은 은행권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정기 예·적금 잔액은 724조2962억원까지 증가했다. 지난 5월 말에는 716조5365억원이었는데 약 3주일 만에 7조7597억원이나 늘었다. 지난 4월 들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5대 시중은행 예·적금 잔액은 약 3개월 새 30조원가량 뛰었다.

시중은행 우대금리 확대 중

은행권으로 몰리는 뭉칫돈을 잡기 위한 시중은행의 선택은 ‘우대 금리 확대’다. 우선 KB금융그룹은 밀레니얼+Z(MZ)세대를 대상으로 한 ‘KB마이핏’ 패키지를 내놨다. 만 18~38세 개인이 가입할 수 있는 자유 입출금 예금 ‘KB마이핏 통장’은 특정 조건 충족 시 200만원까지 연 1.5% 금리를 제공한다. 돈을 하루만 넣어둬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파킹 통장이다. 카카오뱅크 파킹 통장 ‘세이프 박스’(연 1.1%)보다 금리가 높다. 급여 등 명목으로 1회당 월 50만원 이상을 입금하면 이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박스’ 기능을 통해 하나의 통장을 기본비·생활비·비상금으로 나눠 관리할 수 있는 돈 쪼개기 기능도 있다. 같은 연령 제한을 둔 ‘KB마이핏 적금’의 경우 1년 기준 최고 연 3.7% 금리를 제공한다. 적금 가입 기간 KB마이핏 통장에서 KB국민카드 대금 결제 등 조건을 충족하면 된다.

신한은행은 월 30만원까지 자유롭게 적립하는 ‘신한 쏠(SOL)만해 적금’에 최고 연 5% 금리를 제공한다. 연 1.5% 기본 금리에 우대 금리 최고 연 3.5%포인트를 더하는 구조다. 신한 쏠 애플리케이션에 신규 가입하거나 올해 1~4월 접속하지 않은 고객이 적금에 가입하고 로그인하면 우대 금리 연 2%포인트를 얹어준다. 이후 매월 신한 쏠에 로그인할 때마다 0.1%포인트(최대 연 1%포인트)씩을, 상품·서비스 마케팅에 동의하면 연 0.5%포인트를 제공한다. 월 50만원까지 입금할 수 있는 1년짜리 ‘신한 안녕, 반가워 적금’에는 최고 연 4.6% 금리를 제공한다. 기본 금리 연 1.6%에 ‘첫 급여 이체’ ‘첫 적금 가입’ ‘신한카드 첫 신규 가입 후 신한은행 계좌에서 대금 결제’ ‘이벤트·제휴사 통한 가입’ 4개 조건 중 2개를 충족하면 우대 금리 연 3%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1개 조건만 충족해도 우대 금리 연 2%를 받는다.

우리은행의 경우 까다로운 조건 없이 만기까지 유지만 하면 최고 연 3.2% 금리를 제공하는 ‘2022년 우리 특판 정기 예금’을 출시했다. 가입 기간은 6·12·18개월 중 선택할 수 있는데 6개월짜리 상품에는 최고 연 2.45% 금리를, 12개월에는 3%를, 18개월은 3.2%를 제공한다. 지난달 22일부터 판매된 이 상품은 2조원 한도 내에서 판매될 계획이었는데 출시 6일 만에 전액 소진됐다.

고객이 몰리면서 백화점 명품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오픈 런’ 현상까지 나타났다. 현재 1조2000억원어치가 추가로 판매되고 있다. 특판 예금 외에 ‘원(WON) 적금’도 있다. 비교적 간단한 조건을 충족하고 만기까지 유지하면 최고 연 3%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월 저축 한도 50만원, 만기 1년에 자유·정액 적립식 모두 기본 금리 연 2.8%를 제공한다.

인터넷은행, 게임·캐릭터도 출시

인터넷은행은 캐릭터·게임을 내세웠다. 우대 금리 확대만으로는 자금 조달이 유리한 시중은행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21일 출시한 최고 연 3% 금리의 ‘26주 적금 위드 오늘의 집’은 3일 만에 15만좌를 유치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 집과 파트너십을 맺어 조건을 충족한 고객에게 최대 3만4000원의 상품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추첨을 통해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인 ‘춘식이’ 이중 내열 유리 컵을 주는 상품이다. 카카오뱅크는 춘식이 컵을 받을 기회를 26주 적금의 인기 비결로 꼽았다.

케이뱅크는 매일 기분에 따라 저축액을 바꿀 수 있는 ‘기분 통장’을 출시했다. MZ세대를 겨냥한 파킹 통장으로 최대 3억원까지 연 1.3% 금리를 제공한다. 기분 통장은 매일 느끼는 감정에 따라 이모지(이모티콘)를 고르고 저축액을 정할 수 있다. 기분이 좋은 날에는 웃는 이모지와 함께 행운의 숫자 7로만 구성된 7777원을 저축하고, 만사가 귀찮은 날에는 찡그린 이모지를 선택하고 1만4원을 저축하는 식이다. 매일 쌓인 이자는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 받아볼 수 있다.

토스뱅크가 지난달 출시한 ‘키워봐요 적금’은 최고 연 3% 금리에 동물 캐릭터를 육성하는 게임이 더해졌다. 가입 시 알을 받을 수 있는데, 다음 날 거북이·문어·망아지·유령 중 하나가 무작위로 태어난다. 이 동물(혹은 유령)은 이후 6개월간 매주 저축할 때마다 힘을 얻어 점차 성장하다가 만기 때 전설 속 존재로 진화한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