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들어 노동계의 ‘하투’(夏鬪)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점거하고 ‘옥쇄 투쟁’을 벌이고 있고, 국내 최대 단일 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도 4년 만에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2일 대규모 도심 집회를 벌인 민주노총은 다음 달 전국노동자대회와 10월 총파업 등 장외투쟁을 줄줄이 예고했다. 고물가에 상응하는 임금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최저임금 1만원 시대’ 무산, 윤석열정부의 노동개혁 방향 전반에 대한 노동계 반발까지 더해져 노사뿐 아니라 노정 관계가 강대강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22개 하청업체 노동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부터 33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핵심 요구 사항은 임금인상이다. 이들은 조선업 불황으로 지난 5년간 줄어든 실질임금 30%를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청업체는 무리한 요구라며 맞서고 있다.
지회 소속 하청노동자 6명은 지난달 22일부터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안에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점거하며 파업 수위를 높인 상태다. 5명은 화물창 난간에 올라갔고 부지회장 1명은 가로·세로·높이 각 1m 크기의 철골 구조물에 들어가 스스로 나올 수 없도록 출입구를 용접해 막아버렸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불법행위와 매출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사측은 노조의 파업 행위로 선박 진수 일정이 취소되는 등 공정 지연에 따른 매출 손실이 커지자 지난달 말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경남 거제경찰서는 이날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지회장과 부지회장(2명) 3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체포영장이 발부돼도 안전성 문제 등으로 농성 현장 접근이 어렵고, 노조 반발 등을 고려하면 영장 집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날 현대차 노조의 노동쟁의 조정 신청 건에 대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노사의 입장차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로써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2일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약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지난 1일에는 조합원 4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벌여 71.8% 찬성으로 가결했다. 4년 만에 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자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는 노조를 찾아 올해 교섭을 재개하자고 공식 요청했다. 노조 측은 5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해 추후 교섭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일대에서 개최한 전국노동자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6만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온 민주노총은 다음 달 15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9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 10월 민주노총 총파업 등을 잇따라 계획하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금속노조가 20만명 참여를 목표로 총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노동계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등을 내세운 윤석열정부의 노동개혁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정권 초 기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목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국민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