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4일 지명된 송옥렬(사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과거 제자를 성희롱했다는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2014년 제자들을 향해 외모 품평을 하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는데, 참석한 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 논란이 일었다. 송 후보자는 상법 분야 권위자이면서 친기업 성향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송 후보자는 2014년 8월 서울대 로스쿨 1학년 학생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학생을 향해 “넌 외모가 중상, 넌 중하, 넌 상”이라는 식으로 외모를 평가하거나 여학생에게 “이효리 어디 갔다 왔어? 너 없어서 짠(건배) 못했잖아”라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다만 당시 동석한 학생들은 발언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한 학생은 온라인상에 올린 글에서 “술자리의 흥을 돋우기 위한 교수님의 언행이 부풀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그가 특정 남학생을 가리키며 여학생에게 “너 얘한테 안기고 싶지 않냐? 난 안기고 싶은데”라고 말했다며 부적절한 발언으로 평가했다. 송 후보자는 입장자료를 내고 “과오를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학생들을 만나 공식 사과했고, 학교에서도 별다른 처분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송 후보자는 논란이 있기 2년 전인 2012년부터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했다. 상법 분야 교과서로 여겨지는 ‘상법강의’ 등 여러 교재를 저술했다. 과거 쓴 칼럼 등을 보면 친기업 기조를 엿볼 수 있다. 그는 2013년 11월 한 칼럼에서 재벌의 경영권 승계 등 기업 경영 방식에 대해 “규제는 한 번 만들어지면 남용되는 방향으로 확대된다”며 “규제는 인센티브의 왜곡으로 말미암은 결과를 교정하는 수준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공정위가 재벌기업의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했을 때는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규제에 부정적인 태도는 윤석열정부의 민간중심 경제 기조와 맞닿아 있다. 정부는 지난달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는 기업의 사업 활동 제약 등 경쟁제한적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공정거래법도 규제 적용·예외 인정 범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심사지침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송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공정위의 기업 규제 기조를 180도 바꿔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송 후보자는 1988년 서울대 인문계 수석으로 법과대학에 입학해 90년 재학 중 사법고시(32회)에 합격했고, 92년 수석으로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연수 기간에 행정고시(36회)와 외무고시(27회)에 합격해 ‘고시 3관왕’이 됐다. 97년 육군 법무관으로 복무를 마치고 이듬해 서울대 법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로스쿨에서 99년 법학 석사, 2002년 법학 박사 학위를 땄다. 2002~2003년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