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도 웃을 때는 행복… 웃음의 힘 믿어요”

입력 2022-07-05 04:06
tvN 예능 ‘식스센스’를 연출한 정철민 PD. tvN 제공

50㎝ 초밥, 저절로 연주하는 악기, 돼지 혈관 고기를 파는 식당, 돈가스가 들어간 감자탕, 강아지 코스요리 카페…. 이건 모두 진짜일까.

방송인 유재석을 비롯한 6명의 멤버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tvN 예능 ‘식스센스’가 지난달 17일 시즌3을 마무리했다. 2020년 처음 방영한 이 프로그램은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기 위해 식당 하나를 통째로 만들어내는가 하면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을 가짜 사장님으로 둔갑시켜 시청자를 감쪽같이 속였다. 시즌3까지 ‘식스센스’가 만든 가짜 식당만 15곳이었다. 제작진은 정교한 가짜를 만들기 위해 각종 논문을 샅샅이 뒤졌다. 영업장을 촬영 용도로 내줄 장소를 찾기 위해 수도 없이 섭외 전화를 돌렸다.

연출을 맡은 정철민 PD는 ‘식스센스’가 시즌3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로 ‘사람’을 꼽았다. ‘식스센스’는 멤버 한 명 한 명의 인간적인 매력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정 PD는 4일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사람 냄새가 나는 인물 위주로 캐스팅했다”며 “프로그램의 포맷은 ‘그릇’일 뿐 가장 중요한 알맹이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가짜 영업장을 만들어내는 건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고생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정 PD는 “나는 할까, 말까 고민될 땐 ‘해보자’는 주의”라며 “남들이 ‘그런 생고생을 왜 해’라고 하는 것도 해보는 편”이라고 했다. 과거 SBS에서 ‘런닝맨’을 연출할 때는 당일치기로 해외를 다녀온 적도 있었다.

‘식스센스’ 멤버들이 진짜와 가짜를 추리하는 모습. tvN 제공

‘식스센스’의 기획 배경에 대해 그는 “젊은 친구들도 재밌게 보고, 어른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진짜 대 가짜’란 아이템을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식스센스’를 촬영하면서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제작진은 가짜 영업장을 정할 때 이왕이면 인테리어를 새로 할 필요가 있는 곳을 골랐고 촬영이 끝난 뒤 바뀐 인테리어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코로나19로 자영업이 어려울 때, 방송 덕분에 홍보 효과를 누린 곳도 많았다. 정 PD는 “제작진 사무실 앞으로 감사 커피를 보내주거나 ‘덕분에 잘 됐다’는 메시지를 받을 때 보람 있었다”고 했다.

PD로서 그에게 ‘식스센스’는 여유를 찾게 해 준 프로그램이었다. SBS에서 입사 6년차에 ‘런닝맨’ 메인 연출을 맡았을 때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다. 정 PD는 “그땐 정말 독하게 일했다. 빠르게 능력이 향상됐다고 볼 수 있지만 행복 지수는 낮았다”며 “‘식스센스’에선 ‘이 정도 선에서 모두가 행복하다면 만족하자’는 마인드로 일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예전엔) 일로 만난 사이에선 일이 잘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좋은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스태프와 출연자 모두 행복한 길은 뭔지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웃음의 힘을 믿는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을 때만큼은 행복할 수 있다. 정 PD는 “IMF 외환위기로 집안이 힘들 때 어머니는 항상 웃었다. 농담과 유머, 웃음이 주는 힘이 정말 크다는 걸 그때 알았다”며 “동네, 학교, 군대에서 나는 늘 (남에게) 웃음을 주고 있더라. 자연스럽게 이게 내 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는 것도 한가지다. 정 PD는 “시청자들이 많이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