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빚투에 멍든 MZ세대… 건강한 재정관으로 재기 돕는다

입력 2022-07-05 03:03
청년의뜰이 개최한 금융학교 참가자들이 지난 2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애프터모임을 갖고 있다. 청년의뜰 제공

지난해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까지 20대의 저축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2조5327억원으로 6개월 만에 4487억원이 늘었다.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저축은행을 찾을 정도로 빚더미에 앉은 청년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런 청년들의 재기를 돕고 성경적 재정관을 심어주기 위해 설립된 청년미래은행이 1주년을 맞았다.

청년의뜰(이사장 이종수)이 지난해 7월 시작한 청년미래은행은 대출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청년들에게 소액 대출을 해주는 ‘빌려요 대출’과 월 10만원씩 6개월을 저축하면 40만원의 지원금을 더해 100만원의 목돈을 만들어주는 적금 프로그램 ‘모아요 적금’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금융메이트와 청년들을 일대일 매칭해 돈을 잘 모으는 법, 잘 불리는 법, 잘 쓰는 법 등을 교육했다. 1년간 55명의 2030 청년들이 청년미래은행을 통해 금전적 어려움에서 벗어났다.

4일 서울 강남구 청년의뜰 사무실에서 만난 한병선 본부장은 “사업을 진행해보니 대출을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불법 도박과 투자에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청년들, 월급에 맞지 않게 외제차를 사는 등 잘못된 소비 습관을 지닌 청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 후 취업을 하지 못해 빚이 더 늘거나 소규모로 시작한 사업이 실패한 경우, 부모가 자녀 명의로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들을 위해서는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변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취업을 장려하며 소비 패턴을 점검해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쓸 수 있는 교육을 진행했다.

반대로 돈을 모으기만 하고 쓸 줄 모르는 청년들도 상당수였다. 이영우 팀장은 “적금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에게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디에 돈을 지출했을 때 행복하고 가치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일에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1년간의 프로그램을 마친 이들은 “가계부를 쓰면서 계획적인 지출을 하게 됐다” “돈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됐다” “100원이라도 의미 있게 쓰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등의 소감을 밝혔다.

청년의뜰은 올해 대출 상한액과 상환 기간을 늘리는 등 프로그램을 다듬어 100명 이상에게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1년에 두 차례의 금융학교도 연다. 한 본부장은 “교회 안에서는 돈 이야기를 하는 게 금기 사항처럼 돼 버렸다. 그러나 청년이 돈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교회가 청년들에게 올바른 재정관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