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품 온라인 해외판매 ‘역직구’ 활성화 시킬 것”

입력 2022-07-05 04:05
윤태식 관세청장이 지난달 30일 서울본부세관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혁신과 규제개혁이라는 공직자가 추구하는 가치는 소속부처가 어디든 공통분모”라고 말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윤태식 관세청장은 지난해까지 국제금융 전문가였다.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1급)에 재직 중이던 그는 올해 초 느닷없이 기재부 세제실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지난해 60조원 이상 세수 오차를 낸 세제실 개혁 차원이었다. 세제실을 연착륙시키던 중 새 정부 들어서는 첫 관세청장으로 중용됐다. 이런 윤 청장의 ‘올라운드 플레이어’ 기질은 관세행정 분야에서도 통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열린 세계관세기구(WCO) 총회에 참석해 능수능란한 영어 실력으로 통역 없이 40여개국 대표와 양자회담을 가졌다. 한국인 최초로 WCO 사무차장에 도전한 강태일 WCO 국장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단 2표 차로 WCO 사무차장 배출에는 실패했지만 5일간의 일정에 40여개국 대표와 양자회담을 한 것은 ‘관세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일이었다. 윤 청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제금융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관세행정 혁신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관세에 문외한 아니었나.

“가상자산을 이용한 환치기 위반사범 단속 등 국제금융과 관세행정은 서로 연계된 업무영역이 많다. 새로 공부할 것도 많지만 국가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할 일도 생각보다 많다.”

-경제가 어렵다. 고물가가 가장 난제인데 관세청의 역할은.

“수출입 관련해서 관세청이 자료가 많다. 이번 달부터 소비자들의 구입 빈도 및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중 주요 품목의 수입단가를 추가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기름값 안정을 위해 원유 수입단가를 공개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할 예정이다. 수입단가에 비해 정유사 공급가격이나 주유소 판매가격이 과도하게 인상되는 현상에 대한 감시기능 작동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반기 수출 전망도 밝지 못하다.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복안은.

“보세공장이라는 게 있다. 원부자재를 수입해 가공하는 곳을 보세공장으로 지정하면 수출 통관 애로가 크게 해소된다. 산업별 보세제도 활용 수출 비중을 보면 반도체가 96%나 된다.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연구·개발(R&D) 연구소 물품 반·출입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보세제도 규제 완화를 하반기 시행할 예정이다. 요소수 사태 등 공급망 리스크 해소에도 관심이 많다. 관세청이 4000여개의 수입품목을 관리하고 있는데 문제 될 수 있는 품목이 있으면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동 중이다.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면세점들이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면세업계 활력 제고를 위한 대책은.

“국산품의 온라인 해외판매, 즉 역직구를 활성화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중국 다이궁(보따리상)들이 면세점에서 30~40% 할인 구입해, 자국에서 웃돈 붙여 파는 구조에서 국내에 오지 않는 외국인에게 설화수를 다이궁들보다 싸게 파는 것이다. 지난달 롯데면세점에서 중국 등을 대상으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다. 신라, 신세계 면세점도 하반기 해외 온라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게 원래 코로나19사태로 한시적으로 허용해 준 것인데 면세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활성화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면세한도 600달러도 상향해달라고 요구한다.

“면세한도 확대는 관세청 혼자 결정할 일은 아니다. 일본이나 중국 등 주변국 대비 낮은 면세한도로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별도로 입국장 면세물품 인도장 제도는 추진하려고 한다. 지금은 출국장에서 면세품을 구매하면 해외여행 기간 내내 이걸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를 입국 시 픽업해 반입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조만간 면세업계 활성화 대책을 만들려고 한다.”

-해외 직구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관세청의 정책 방향은.

“요즘 글로벌 대세는 전자상거래다. 올 1~5월 전체 수입 건수 중 전자상거래 비중은 86%나 된다. 수출 역시 74%가 전자상거래를 통한다. 우리의 목표는 신속통관과 안전관리 두 가지를 조화롭게 달성하는 것이다. 불법·위해 수입물품을 막기 위해서는 물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 파악이 중요하다. 그래서 쿠팡과 11번가 등 플랫폼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거래정보 공유를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 등 다른 해외 업체와의 MOU도 추진하겠다. 전자상거래 수출 관련해서는 기업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는 수출업체가 대출 등 무역금융을 활용하려면 수출 실적을 스스로 증빙해야 한다. 이를 관세청이 은행에 직접 제공하게 되면 수출업체가 수십 장의 증빙서류를 뗄 필요가 없어진다. 내년부터 시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밖에서 보던 관세청과 직접 와서 경험한 관세청은 어떻게 다른가.

“우리 관세행정 시스템(K-Customs)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우리의 노하우와 기술을 전수해주고 있고 호응이 높다. 개도국에 지원을 하니 우리 기업들이 해당국에 수출할 때 ‘주먹구구식’ 통관 때문에 애로가 많았는데 이게 해소가 된다고 한다. 앞으로 대한민국 관세청을 세계 1위 관세 당국으로 만들고 싶다.”

이성규 경제부장, 정리=임송수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