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보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로 이들 지역으로의 수출이 줄면서 무역수지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3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의 ‘2022년 하반기 미국 경제 전망과 주요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옥스퍼드경제연구소(OEF), 85개 투자은행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올해 1.7∼2.9%, 내년 1.2∼2.4%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주요 전망 기관들은 공급망 회복 지연과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공급 충격과 통화 긴축 기조 등으로 올해 성장률이 큰 폭으로 둔화된 후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2%에도 못 미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유럽 지역 경제 전망에도 먹구름이 깔렸다. 주요 전망 기관들은 유로 지역의 경제 성장률을 올해 2%대 중후반, 내년 2%대 초반 수준으로 내다봤다.
경제 규모가 큰 미국과 유럽 지역의 경기 둔화와 세계적 교역량 위축 조짐은 한국의 수출 실적 호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글로벌 긴축 가속화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고 전 세계 교역량도 위축될 것으로 보여 주력 품목의 수출 신장세가 약화할 우려가 있다”면서 “하반기 수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반기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역대 최대인 103억 달러 적자였다.
한국의 하반기 수출 실적은 당분간 한 자릿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국외 여건이 여전히 나쁜 데다 고물가, 고금리 등 국내 악재까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하반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상저하고’식 전망을 내놨지만 올 하반기는 기대보다 우려가 큰 셈이다.
정부는 수출과 투자 타격에 대비해 수출 중소·중견기업 등에 대한 무역금융을 올해 계획했던 261조3000억원에서 301조3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추 부총리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해외발(發) 충격이 물가와 금융시장을 넘어 수출·투자 등 국내 실물경기로 파급될 가능성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택 신재희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