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족 “월북판단 근거 언론 통해 알았다”

입력 2022-07-01 04:06
서해 피격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유족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피격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월북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020년 9월 해양경찰청의 월북 발표 당시 유족에게 충분한 근거를 설명했는지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구명조끼 착용 등이 월북 의사 증거로 쓰인 이유를 유족에게 제대로 설명했는지 확인했다. 유족은 “언론을 통해 수사 결과를 접했을 뿐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최창민)는 지난 29일 이씨 유족을 상대로 해경이 언론에 수사 결과를 발표한 2020년 9~10월 충분한 상황 설명을 받았는지 조사했다. 해경이 월북 의사의 판단 근거로 삼은 증거들을 유족에게 밝혔는지 물은 것이다. 검찰은 해경이 당시 발표했던 이씨의 구명조끼 착용 사실, 표류 예측 지점과 실제 발견 지점의 차이 등을 유족이 들었는지 조사했다. 유족은 “당시 정부나 수사기관에서 직접 안내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표류예측시스템을 통한 이씨 추정 위치와 실제 발견 위치가 달랐다는 점을 곧장 이씨의 ‘인위적 노력’에 따른 이동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살피고 있다. 검찰은 표류예측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수색·구조 목적으로 가동되는 것인데, 수사 결과에 활용된 경위에도 의구심을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학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표류예측시스템으로도 오차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검찰은 해경이 이씨의 자진 월북 의사 배경으로 강조한 생전 채무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유족은 지금까지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진술을 했다고 한다. 이씨의 아내 권모씨는 “빚은 20년 전 결혼할 때부터 있었고, 부부의 월수입을 고려하면 상환 불가능한 규모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남편은 ‘빚을 빨리 갚기 위해서 당분간 주말에 집에 자주 못 올 수 있다’고 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이씨가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다른 사람의 당직근무를 대신 선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에게 “월북을 인정하고 보상을 받으라”고 회유했다는 의혹도 수사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권씨는 “당시 아주버님의 전화를 받았고, ‘어떤 요구가 있어도 명예회복이 아니라면 받아들일 수 없으니 합의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고 국민일보에 밝혔다. 당시 이래진씨를 만난 황희·김철민 민주당 의원 등은 회유 의혹을 반박했다. 검찰은 사고 이후 해경의 수사, 관계장관회의 등을 포함한 정부의 대응 상황을 시간대별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