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공백 상태가 28일로 한 달(30일째)을 꼬박 채웠다. 여야가 원 구성을 놓고 지루한 기싸움을 벌인 탓이다. 유류세 인하폭 확대안 등 그동안 발의된 민생법안들은 상임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쌓여가고 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여야 모두 민생을 외치고 있지만 국민들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처리돼야 할 법안들은 언제 통과된다는 기약도 없이 시간만 지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8일까지 발의된 법안은 415건에 달한다. 이 법안들은 아직 구성조차 되지 않은 각 상임위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법안 가운데는 처리가 시급한 민생법안도 다수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류세 조정폭을 현행 30%에서 더 확대하는 법안이다. 지금처럼 유류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때 정부가 유류세를 더 큰 폭으로 떨어뜨려 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는 각각 유류세 조정폭을 50%(배준영안), 70%(김민석안)로 확대하는 안을 앞다퉈 내놨지만 논의는 시작도 못한 상태다.
여야는 서로 ‘네 탓’ 공방만 하는 중이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여야 모두 같은 취지로 법안을 낸 만큼 원 구성만 되면 곧바로 처리가 가능한 법안인데 야당의 ‘몽니’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고유가·고물가로 국민이 신음하고 있는데 여당이 왜 이렇게 느긋한지 모르겠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국민의힘이 1호 법안으로 제출한 ‘납품단가연동제 법안’도 마찬가지다. 원자재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처리가 시급한 법안이지만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근로장려금(EITC) 제도 확대 법안, 노년부부에 대한 기초연금액 감액 조항 삭제 법안, 생계급여 수급권자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 등 민생과 직결된 사안들이 줄줄이 밀려 있다.
하지만 여야는 원 구성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법무부까지 헌법재판소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나서면서 타협점 마련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다음 달 1일 국회 본회의를 소집하겠다며 국회사무처에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단독으로 국회의장단 선출을 강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없는 일방적 본회의 소집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반발했다.
정현수 최승욱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