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강단선 대법관 “선을 추구·실현하면서 일관성 잃지 않아야”

입력 2022-06-29 04:05
연합뉴스

현직 대법관이 대법원 법대가 아닌 대검찰청 강단에서 검사들과 만났다. ‘자율과 공정’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재형(사진) 대법관은 “선을 추구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칭송받을 일이지만 일관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게 이론과 법리”라고 말했다.

김 대법관은 28일 대검 청사에서 검찰 직원과 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열었다. 이번 자리는 대법원을 예방한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가 올해 9월 퇴임을 앞둔 김 대법관에게 강연을 요청하면서 마련됐다.

김 대법관은 최근 몇 년간의 대법원 판례를 사례로 들며 자율과 공정에 대해 설명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례, “표현의 자유에 ‘숨 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시한 명예훼손 판례 등 김 대법관이 참여한 사건들이 주로 인용됐다.

중요한 판례 변경 과정에서 주로 고려했던 가치가 무엇인지도 소개됐다. 김 대법관은 ‘종북’ ‘주사파’ 등 표현을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해 “도의·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에 무조건 법적 책임을 물으려 해선 안된다”고 했다. 명예훼손을 넓게 인정해온 기존 판례를 바꾼 의의에 대해선 “종북이나 극우 등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말고, 맥락을 고려해서 판단하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판례가 탄생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김 대법관은 “첫 번째는 사회의 변화이고 두 번째는 법관의 형평감각과 정의관념, 마지막은 이론적 뒷받침”이라고 말했다.

강연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검찰 시각에서의 판례 변경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한 연구관이 “무죄였던 판례를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변경한 경우는 없느냐”며 “그런 변경 가능성을 어디서 가늠하면 좋을지 힌트를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물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김 대법관은 “판례 변경을 통해 무죄를 유죄로 바꾼 건 찾아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반드시 처벌할 필요 생겨 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법리적 토대를 갖추게 된다면 정반대의 방향으로도 판례가 바뀔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