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통제 대응’ 구심점 잃은 지휘부… 일선 반발 확산

입력 2022-06-29 04:06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임기를 26일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권현구 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의를 밝힌 이후 경찰은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대응할 구심점이 사라진 상황이 됐다. 반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틀 연속 기자간담회를 열어 경찰 지휘·감독 강화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남은 경찰 지휘부가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이 일선 경찰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윤희근 경찰청 차장은 28일 오후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회의는 전날 예정됐다가 김 청장의 돌연 사의 표명으로 연기된 것이다. 회의에서 지휘부는 지속적으로 행안부와 협의하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경찰 입장을 전달키로 했다.

경찰 내부에선 시간이 흐를수록 지휘부 대응이 힘을 잃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임시로 조직을 이끄는 윤 차장이 차기 청장 후보로 거론되는 데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기 문란”까지 언급하며 반발 조짐에 옐로카드를 꺼낸 상황에서 경찰 지휘부가 행안부와 맞서는 모양새를 이어가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재차 기자간담회를 열어 “법률에 맞게끔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국가경찰위원회를 통해 (통제)하려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경찰 통제) 공백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 할 수 있는 행안부 지원기구를 통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뭐가 더 좋다는 게 결론이 나면 그쪽으로 가겠다”며 경찰이 요구하는 국가경찰위 실질화에 대한 여지도 남겼다.

이 장관은 인사 번복 논란이 일었던 경찰 치안감 인선과 관련해선 “(행안부에 파견된) 치안정책관과 경찰청 인사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두 사람 얘기가 너무 달라서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모처에서 엄중하게 조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15일 해외출장으로 출국하기 전에 이미 인사 제청안을 확정했었다. 21일 귀국 후 완성된 안을 그대로 제청했고 대통령이 그대로 결재했다”고 말했다. 인사 번복은 없었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일선 경찰을 찾아가 직접 소통하고 이해시켜 오해를 풀겠다”고도 했다.

경찰 내부에선 이 장관의 소통 언급에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한 경찰 간부는 “방침을 다 정한 뒤에 소통하겠다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대표단은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중립성·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직접 통제 시도를 반대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판 강준구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