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앞으로 만남을 요청할 경우 의제나 사유를 사전에 밝혀줄 것”을 통보했던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스탠스는 국민의힘 내분 사태와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이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 스페인으로 출국할 때 이 대표가 환송 자리에 나오지 않은 것도 여권 내부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반영하는 증표로 여겨지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최근 윤 대통령에게 면담 신청을 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후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앞으로 만남을 요청할 경우 정확한 의제나 사유를 사전에 밝혀줄 것’을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됐던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찬 회동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의 면담 제안을 거절한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 준비 등 일정에 쫓겨 시간을 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내부 갈등과 거리를 두기 위해 이 대표의 면담 요구를 거부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다음달 7일 이 대표를 둘러싼 ‘성상납 관련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징계 심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윤리위 심의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이 빚어지자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리위 개최 직전에 이 대표를 만나는 것이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다는 대통령실 측근들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이 대표 징계 문제를 포함한 당내 갈등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당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내부 갈등에 대해 집권 1년 차 국정운영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이유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대표가 개인적 문제로 당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 친윤계 의원은 “이 대표가 대표라는 직위를 자신의 방패막이로 사용하면서 당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 배웅길에 나오지 않는 어색한 장면이 노출된 것도 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할 때 국민의힘 지도부 중 권성동 원내대표와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웃는 모습으로 배웅에 나섰다. 그러나 이 대표는 같은 시간 국회에서 열렸던 최재형 의원 주최 세미나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찬 회동설을 놓고 대통령실과 이 대표 측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던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25일 만찬설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반면 이 대표는 26일 “저희는 지금까지 대통령과의 논의 사항이나 접견 일정을 외부에 유출한 적이 없다”며 모호한 입장을 내놓았다.
박세환 구승은 강보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