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이 인상되면서 ‘공공요금발(發)’ 추가 물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약관을 개정하면서까지 올해 3분기(7~9월)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를 연간 최대치인 ㎾h(킬로와트시)당 5원 인상한 것은 그만큼 한국전력의 적자 누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인한 한전의 실적 개선 효과가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서 품목 성질별 소비자물가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전의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이전에도 전기료 물가는 지난해 4분기부터 증가세를 이어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돼 있는데 연료비 조정요금은 이번에 처음 인상했지만, 기준연료비는 올해 4월부터 ㎾h당 9.8원, 기후환경요금 상승분도 ㎾h당 2원씩 이미 인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2.6% 상승했던 전기료 물가는 올해 들어 1분기 5.0%, 2분기 11.0%까지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번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분까지 반영하면 3분기에 전기료 물가 상승 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스요금도 이미 지난 5월 메가줄(MJ)당 1.23원 오른 데 이어 9월에도 추가 요금 인상이 계획돼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기·가스·수도·난방비가 포함된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올해 1분기만 해도 2.9% 상승하며 3%대였던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상승 폭이 낮았지만, 4월 6.8%로 뛴 데 이어 지난달에는 9.6%까지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요금이 뛰면 기업 생산비나 사업장 운영비가 늘면서 공산품이나 서비스 등 다른 분야 물가 상승을 전방위적으로 부채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한 방송에 출연해 “6월 또는 7~8월에 ‘6%대의 물가 상승’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전은 이런 물가 상승 우려를 의식한 듯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안에 대해 “높은 물가 상승 등으로 엄중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연료가격 급등으로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도 한전의 재무 상황이 적자 신세를 벗어나긴 어렵다. 전력 업계에서는 이번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으로 한전은 추가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규모를 약 1조~2조원 사이로 보고 있다. 한전은 앞서 해외 사업이나 국내 부동산 등을 최대한 매각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해 6조원 이상의 재무개선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올 한해 영업손실이 최대 30조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전체 적자 규모보다 큰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초 한전이 정부에 요구한 연료비 조정단가 요구액은 ㎾h당 33원가량이었다. 연료비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적자를 면하기 위해서는 3분기에 조정단가를 33원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고물가 상황 탓에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폭을 ㎾h당 5원으로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른 재무 개선 효과는 적자 상황을 극복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